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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 맺어진 '사랑의 언약'

어느날 대형 교통사고에 뇌 크게 다친 남자
평생 그의 손발이 되기로한 순애보 그녀
장애 넘어 말씀·기도통해 서로의 의미 확인

눈가에 고인 눈물이 아름다운 신부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신랑을 향해 걸어가는 신부의 모습을 보면서 하객들도 하나둘씩 손수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지난 4년간의 모든 슬픔과 아픔을 덮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신랑에게 다가가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모두가 일어나서 두 사람과 함께 울었다. 지난 2010년 8월28일 그들의 결혼식은 잔잔한 감동을 세상에 전했다.

요즘 27세 동갑내기인 라리사 머피와 이안 머피 부부의 결혼 이야기를 담은 8분짜리 동영상(시티게이트 필름ㆍ감독 캐롤린 맥컬리ㆍwww.vimeo.com/38033654)이 미국을 울리고 있다.

교통사고로 뇌에 손상을 입어 신체가 마비된 남자(이안)에게 평생 손과 발이 되어 살겠다는 결심은 라리사에게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들의 사랑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을까.그것은 결혼이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에 맺어진 사랑의 언약과 같다는 믿음 때문이다. 크리스천인 두 사람이 세상에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행복을 꿈꾸던 캠퍼스 커플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2005년 대학 캠퍼스에서 시작됐다. 여느 커플들처럼 함께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시며 연애의 추억들을 하나씩 만들어 갔다. 그렇게 교제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지났을까.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커지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레 결혼을 통한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안이 라리사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반지를 찾아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들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 사람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결혼 예정을 3개월 정도 앞둔 2006년 9월30일 라리사에게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 일을 도우러 피츠버그로 가던 이안이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피츠버그로 가면서 제발 뇌만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하지만 기도와 달리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장시간 수술 끝에 생명은 건졌지만 이안이 뇌손상을 입었다는 소식만 들렸을 뿐이죠”

사고가 난 뒤 이안은 뇌손상으로 온몸이 마비가 되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고 혼자서 밥을 먹거나 움직일 수도 없었다. 라리사는 하루아침에 변해버린 이안을 바라보며 그 현실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럴수록 이안과 조금이라도 대화를 하기 위해 옆을 지키다 보니 자연스레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그 사고로 인해서 이안과 저는 많은 대화를 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정말 우리에게는 축복이었습니다.”

▶장애를 넘어 결혼으로 가는 길

이안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해도 라리사는 눈빛으로 들었다.. 이안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고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는 사실이었다. 라리사는 그런 이안 옆을 지키며 만남을 지속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이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을 보면서 언젠가 우리에게도 그러한 날이 올 거라는 소망을 갖고 계속 기도를 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에 암투병 중이던 이안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 라리사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이제는 인생에 있어 결혼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아니겠느냐”는 말을 남겼다. 라리사는 이를 계기로 결혼의 본질에 대해 기도하며 조금씩 마음을 굳혀 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모르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죠. 그것이 나에게는 이안이 가진 장애였어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이안을 사랑하고 이안도 나를 사랑한다는 점이었죠. 그러면서 이안과 함께 진정한 결혼의 본질적 의미가 무엇인지 말씀과 기도를 통해 생각하고 묵상하면서 우리는 결혼을 결심했어요”

▶그리스도와 교회 그리고 결혼

사람들은 이안이 가진 장애를 보지만 라리사는 그에게서 영적 리더십을 본다.
“평생 혼자서 일을 하며 남편을 돌보고 은행의 잔고를 체크하고 자동차 오일 체인지 날짜를 기억하는 등의 모든 일들이 나 혼자서는 절대 선택할 수 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이는 결혼이 갖는 두 번째 요소들이잖아요. 결혼을 결정하는데 가장 우선됐던 점은 이안이 남편으로서 영적 리더십을 통해 가정을 돌보고 이를 통해 우리 부부가 언제나 항상 하나님이 누구신지에 대해 알며 기초로 돌아가게 해주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두 사람은 이안에게 사고가 발생한 지 4년 만에 드디어 결혼을 통해 하나가 됐다. 가까운 친구들과 친지들 모두가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라리사와 이안에게 결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이날 두 사람은 서로에게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는 ‘에베소서 5장22절~33절’ 가운데 담긴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였다.

결혼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됨으로써 경제적으로 번영하거나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에요. 결혼생활은 좋은 날들도 있고 먹구름이 낀 날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결혼 가운데 하나님이 설정하신 계획과 섭리를 인정하며 산다면 어떠한 슬픔도 재난도 우리 두 사람 사이를 가를 수 없어요. 결혼의 언약은 성경에서 말하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에서 맺은 사랑의 언약을 지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해요”

▶감사의 게시판

이안과 라리사는 현재 펜실베니아주 서부지역에 살고 있다. 라리사는 지역 인근 은행에서 마케팅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일을 하고 남편을 돌보면서도 블로그(www.prayforian.com)를 통해 두 사람의 일상과 기도제목 등을 알리고 있다. 라리사는 지난 5월15일 ‘나는 왜 일터로 가야 하는가’라는 글에서 그녀의 출근 전 바쁜 아침 일상을 글로 옮겼다.

라리사는 아침에 남편에게 작별 키스를 하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라고 했다. 라리사는 이 글에서 “나는 지금의 직업을 사랑하지만 이는 내 인생의 경력 쌓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안과의 결혼을 선택했다. 언젠가는 집에서 머물며 아기를 기르고 집에서 일할 날도 오겠지만 나는 하나님께 매일 감사해 한다. 내가 일을 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라고 고백했다.

이안과 라리사는 집안 한쪽 벽면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감사의 게시판이 있다. 그곳에 매일 감사의 제목들을 써서 붙여 놓는다. 그 게시판은 매일의 삶 가운데 감사제목이 적힌 포스트잇으로 언제나 빼곡하다.

“나와 이안은 하나님이 우리의 삶을 통해 언제나 신실하게 행하실 분이란 것을 믿어요. 이는 이안이 사고가 나기 전 건강할 때 보다 우리 둘의 인생이 더 멋진 그림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라리사가 이안에게 웃으며 물었다.
“만약 하나님이 결혼생활에 있어 우리에게 절반의 행복만을 허락하신다면 어떡하죠?”

설령 그런 상황이 다가올지라도 하나님을 향한 이안의 고백은 진실했다.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지만 힘겹게 몇 번이고 입을 연 이안의 대답은 분명했다.
“He…is…awesome!”(그는 정말 환상적인 분이야)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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