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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아버지의 날 '콜렉트 콜<수신자 부담 전화>' 이라도 좋다

이은미/미드웨스트대 TESOL 교수

다가오는 6월17일은 ‘아버지의 날 (Father’s Day)’이다. 본래 미국에서 유래된 이 날은 매년 유월 셋째 일요일에 기념된다. 한국에서는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다가 1973년부터는 어머니, 아버지 모두를 기리는 ‘어버이 날’로 이름을 바꿨다.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 6월 셋째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이라는 식으로 따로 기념을 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각기 다른 날짜에 기념을 하는 이 아버지 날의 기원은 미국으로, 소노라 도드(Sonora Dodd)의 아이디어로 1910년 처음 시작되었다. 어머니 날에 교회에서 목사님이 어머니의 은혜에 대해서 설교하는 것을 듣던 소노라는 아내를 잃고 혼자 힘으로 자신을 비롯한 자녀들을 성실하게 키워낸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래서 6월, 아버지의 생일에 그를 기념하는 ‘아버지 날’ 행사를 치렀다. 이렇게 발단이 된 ‘아버지 날’은 1972년 닉슨 대통령 시절에 국가적인 기념일로 선포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일전에 내가 소속한 교회 합창단원들에게 교회에서 협조를 부탁했다. 아버지 날을 기념하는 자료를 만들고 있으니 ‘아버지와 나’의 모습이 함께 들어있는 사진 파일을 각자 하나씩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무심코 이 메일을 본 나는 가슴이 먹먹해 졌다. 생각해보니 나는 평생 아버지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나는 아버지의 품에 안기거나, 업히거나, 아버지와 손을 잡아 본 기억도 없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미 20년 전에 돌아가셨다. 내게는 교회에 보내줄 아버지와의 사진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의붓자식이라거나 어릴 때 아버지를 잃은 것도 아니다. 나는 평범한 가정의 아주 성실한 부모님 슬하에서 성장했고, 아버지는 내 두 아이의 재롱을 보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다. 친지 분들은 아버지가 약주만 한 잔 하시면 자식들 중에서 특히 나에 대한 자랑을 하셨다고 이야기를 전한다. 둘째 딸이 어찌나 고집이 세고, 강인한지 아마 사막에 갖다 던져 놓아도 잘 살아 낼 거라며 내 칭찬을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아버지의 상냥한 칭찬의 말씀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아버지는 나와 마주치면 훈계로 일관했으며 나의 문제점들을 지적하셨다. 아버지는 내게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웠지만, 아버지는 나에 대해서 수치스러워 하실 거라는 막연한 느낌을 항상 안고 살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정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으로 나눠지고 말았다.

 아버지께 무척 죄송한 일이 있다.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인데, 그때도 나는 아버지가 무섭고 어려웠다. 하루는 친정에 전화를 걸으니, 엄마가 아닌 아버지께서 전화를 받으시는 거다. 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너무나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그만 불에 데인 듯 전화를 내려놓고 말았다. 그 때 그 일이 두고두고 가슴에 맺히고 말았다. 나는 아버지에게 다가가기를 포기한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사람들에게 딸 자랑을 하시면서 내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셨을 텐데.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오월의 어머니 날과 유월의 아버지 날 중에서 전화통화 숫자가 많은 날은 어머니 날이다. 사람들이 어머니 날에 집에 전화를 걸고 인사를 하는 숫자가 아버지 날보다 많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 수신자 부담, 콜렉트 콜의 숫자는 어머니 날 보다 아버지 날에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해마다 콜렉트 콜이 가장 많은 날이 아버지 날이다.

 프랑스 속담에 ‘아버지는 자연이 선물한 금고’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는 지갑 속에 지폐 대신에 자녀의 사진을 넣어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자식이 생기면 지갑 속의 현금은 탈탈 털리고, 가족을 위해서 끝없이 돈을 벌어다 줘야 하는 화수분 같은 존재인 아버지. 아버지의 날이 다가온다. 이번 주 일요일이다. 콜렉트 콜이라도 좋으니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나는 천국에 계신 내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야 할까보다. 천국 전화 번호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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