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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는다

김완신/논설실장

"가난했으면 좋았을 걸 왜 잘 살아서 입시 때문에 걱정하십니까?"

한국의 고등학교 교사인 친구가 진학세미나에 초청 받았을 때 학부모들에게 하는 말이다. 학생의 가정형편까지 고려하는 입학사정관제가 한국에 도입되면서 '웬만큼 사는 것보다 아주 못사는 것'이 대학 진학에 유리해졌다는 농담이다. 지역적 상황도 감안해 북방 서해도서 지역 학생들에게는 명문대 등에서 정원 외 입학을 허용하는데 이 숫자가 섬 전체의 고교 졸업생수보다 많다고 한다.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던 대학이 경제적 약자에게 이 같은 특혜를 주는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가난한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최근 통계에서도 서울시 강남구 학생들의 서울대 진학률이 하위 14개 구를 합한 것보다 많게 나타났다. 또 강남 서초 송파 노원 양천구 등 5개 구의 진학생 수가 서울시 전체의 57.7%를 차지했다.



예전 드라마를 보면 가난한 집안에는 '항상' 수재 아들 한 명이 있었다. 그 아들은 기필코 판.검사 시험에 합격해 가문을 일으킨다. 교육이 계층상승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시대의 전형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명문대 입학의 필요충분 조건이었던 시대는 끝났다. 전문가들은 대학입시에서 경제력과 정보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교육을 받으려면 경제력이 받쳐줘야 하고 수시로 바뀌는 입시제도에 대처하려면 정보력은 필수라는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인 SAT 점수도 가계소득에 정확하게 비례한다. 2010년 자료에서 연간 가계소득 2만 달러 미만 가구 학생의 평균점수는 1329점(2400점 만점)에 불과한 반면 연간소득 20만달러 이상 가구의 평균점수는 1721점이었다.

한국과 미국에서 '교육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입학사정관제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부모에게 버림받고 청소 일을 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해 하버드대학에 입학한 여학생 던 로긴스 스토리가 알려져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로긴스의 성적이 뛰어나긴 했지만 전세계의 수재가 몰리는 하버드대의 기준엔 그다지 매력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장학금까지 받고 입학한 것은 대학이 로긴스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굴하지 않는 의지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성적 외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입학사정관제는 원래 유대인의 대학진출을 제한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초 7~8%에 머물던 하버드대의 유대인 비율이 1922년에는 21%를 넘어섰고 아이비리그 중에는 40%를 차지하는 대학도 있었다. 대학의 인종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1922년 다트머스대학에서 처음 시작한 입학사정관제는 지금은 여러 목적에 적용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장단점이 있다. 성적으로만 합격을 결정하지 않고 가정환경과 학생의 잠재력 등 포괄적인 사항을 고려하는 선발이 가능하다. 반면 전형과정에서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작용해 공정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당락결정에 대한 객관적인 이유를 제시하기 어렵다.

한국의 입시사정관제 도입에 많은 논란이 있지만 경제적 양극화와 교육 수준의 대물림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자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력과 자질까지도 사정관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내는' 한국 어머니들의 치맛바람이 걱정"이라는 교사 친구의 말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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