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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한인사회의 권력이동

[LA중앙일보] 발행 2012/06/18 미주판 26면 기사입력 2012/06/17 16:57

안유회/편집국 코디네이터

1세 단체들 내부 문제로 힘 소진
선거구 문제·백악관 미팅 등에서
2세 단체들 대표성 확보 시작


토키(Talkie)로 불리던 유성영화가 출현하자 무성영화 시대의 무수한 스타들이 빛을 잃고 사라졌다. 그러나 찰리 채플린은 예외였다. 그는 새로운 기술에 주눅들기는 커녕 예술세계를 확장하는 도구로 삼았다.

'위대한 독재자'는 채플린의 첫번째 유성영화인데 대사가 그리 많지 않았다. 위대한 독재자만 목소리(대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가진 인물이 독재자 한 명 뿐이라는 설정은 지금도 유효한 상징이다. 목소리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4.29 폭동은 한인 정치력의 무성 시대와 유성 시대를 가르는 분기점이었고 20주년인 올해 두 개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선거구 재조정이었고 하나는 미주한인위원회(CKA)의 백악관 미팅이었다. 단정짓기 이르지만 두 개의 사건은 무심히 넘길 수 없는 어떤 경향이나 방향성의 징후를 짙게 풍긴다. 목소리의 톤이 바뀌는 변성기의 징후다.

한인 사회의 목소리는 소극적에서 적극적 혹은 수세적에서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폭동 직후 한인들은 '평화와 정의'를 외쳤다. 보호받지 못한 권리를 복원하라는 호소의 톤이었다. 선거구 재조정은 달랐다. 한인들은 요구사항을 분명히 했고 그것이 거부됐을 때 소송에 나섰다. 2월 1일 윌셔 이벨극장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로이드 리 변호사는 "우리는 대표성 없이 그저 돈이나 건네주고 침묵하는 이들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톤이 바뀌었다.

이달 7일 CKA가 전국 한인을 대표해 백악관과 첫 미팅을 가졌다. 미팅 한 번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 하지만 중간 매개체 없이 한인 대표가 직접 연방정부 관계자와 만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마이클 양 CKA 이사장 말대로 "민주주의에서 목소리를 내려면 우선 협상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는 게 중요하다." 한인사회의 역량이 연방 차원의 관심이 필요할 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한인 경제력이 국가 단위 경제력과 비교해도 65위 정도"라는 연방 상무부 관계자의 발언은 미팅의 필요성에 대한 연방정부의 설명이었다.

주목할 것은 최근의 변화를 1.5세와 2세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구 재조정을 주도한 것도 CKA도 1.5세와 2세 나아가 3세들의 단체다. 2세 단체들이 한인사회 안에서 중요한 현안을 파악해 이를 이슈화하고 한인 사회 밖으로 목소리를 내고 중요한 변화를 끌어낼 때 1세 단체들은 보이지 않았다. 1세 단체들은 선거 같은 내부 문제에 힘을 소진시켰다. 본국 투표권 시행으로 1세 단체의 역량이 분산된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1세 단체는 내부적 힘의 결집과 그 힘의 외부 투사 능력을 잃은 것 처럼 보였다. 그 사이 한인사회 내의 권력은 1세에서 2세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현재대로라면 권력이동은 가속페달을 밟을 것이다.

물론 2세들의 변화는 1세들의 노력에 뿌리를 둔 것이고 세대교체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백악관 국정 브리핑에 참여했던 앨빈 강 BBCN 행장은 좌담회〈본지 6월 15일자 A-7면>에서 "2세들이 세상을 바꿀 주인공이고 리더들이라는 생각"이라며 "한인 커뮤니티가 영향력을 더 발휘하려면 한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 목소리'는 1세 단체와 2세 단체의 팀워크로 해석할 수도 있다. 변화는 이를 주도하는 세력화된 그룹을 필요하지만 세대간의 유기적인 팀워크가 이루어진다면 한인사회의 역량은 극대화될 것이다. 백악관 브리핑 같은 중요한 모임이 정례화 제도화된다고 생각해보라. 한인사회와 백악관 사이에 일종의 핫라인이 개설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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