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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진보의 가슴 Vs. 보수의 머리

김완신/논설 실장

'산토끼'의 반대말을 묻는 퀴즈가 있다. 유머이기는 하지만 답으로 집토끼 죽은 토끼 알칼리 토끼 등 다양하게 나온다. 이는 '토끼'가 아닌 '산'에 주목하기 때문에 나온 답이다. 넌센스 퀴즈를 놓고 따지는 것이 우습지만 문답에서 본질인 '토끼'는 사라지고 '산'이라는 수식어가 주체가 된다. 집토끼가 산토끼의 반대가 될 수는 없다.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간의 논쟁이 한창이다. 어디에 살든 토끼는 토끼이듯 보수와 진보도 성향의 문제이지 반대말은 아니다.

'적수'와 '상대'는 다르다. 적수는 '상대'가 될 수 있지만 상대가 항상 적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 개념으로서의 보수와 진보는 사라지고 적수로서의 대립만 계속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보수와 진보는 상호 견제와 보완을 통해 역사를 이끌어 온 사고체계다. 기존의 질서와 방식을 존중하는 보수와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진보는 시대를 거치면서 갈등과 협력을 통해 발전해 왔다.



사회학자들은 한국의 보수는 기성 정치권력을 대변해 민중적 기반이 약하고 진보는 민주화와 남북분단의 환경에서 형성돼 이념적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보수와 진보가 용어적 의미에서 벗어나 정치권을 이분화해 대립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역ㆍ세대ㆍ빈부차이로 분열을 겪는 나라에 이제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소속 정당이 추구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수의 깃발 아래 하나로 뭉치고 진보의 구호에 한 목소리를 낸다. 당이 우선이고 국가와 국민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1991년 이라크가 페르시아만을 침공했을 때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지금의 상황은) 당파와 이념보다는 애국심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의회가 당파와 보수ㆍ진보에 관계없이 앞으로 수행해야 할 국가적 과제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당시 부시의 연설은 소속당인 공화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았었다.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공화 민주 양당은 정권을 교체하면서 미국을 이끌었지만 이념적 유연성을 보여왔다. 당의 지침에 맹목적으로 동의하는 한국과는 달리 결속력이 그렇게 강하진 않다.

민주당 내에는 중도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의원들인 '블루독' 그룹이 있고 공화당에도 민주당의 법안에 찬성해 소속당에 반기를 드는 소신파도 있다. 대통령도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일사불란한 지지를 기대하지 않는다.

미국에는 보수와 진보가 의견차이를 보이는 정치적 사안이 많다. 낙태 어퍼머티브 액션 사형제도 경제 시스템 교육 에너지 환경문제 안락사 총기소유 건강보험 이민정책 동성애 세금 복지 등 헤아릴 수 없다. 이런 사안에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보수 또는 진보를 견지하는 의원이 미국에는 없지만 한국은 가능하다.

레지스대학의 짐 라일리 교수는 "가슴(Heart)을 가진 사람은 진보를 거부하기 어렵고 머리(Brain)를 가진 사람은 보수를 피하기 힘들다"고 했다. 가슴만으로 머리만으로 사는 사람은 없다. 역사도 '진보의 가슴'과 '보수의 머리'가 협력해 온 결과다.

정치가 수구적 보수와 과격한 진보의 싸움이라면 위험하다. 산토끼 집토끼와 마찬가지로 수레의 '오른쪽' 바퀴와 '왼쪽' 바퀴도 서로 반대말은 아니다. 두 바퀴가 있어야 수레는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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