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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뼈 -장인수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사람은 뼈 안쪽에 뼈가 있다
거북이와 새우는 몸 바깥쪽에 뼈가 있다

참나무의 뼈는?
강물의 뼈는?
사막의 뼈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글을 쓰라는 선배의 말을 곱씹어 본다



오늘 짙은 안개주의보가 내렸다, 한치 앞도 분간할 수가 없다, 질척이는 지독한 밀도로구나

곰탕을 먹는다. 뼈마디 모두 허물어져, 녹아져, 진물이 나고, 뼈의 진액만이 흐르고, 걸쭉한 육수, 구수한 사골, 땀이 뻘뻘 난다

가마솥이 끓고 있다
참나무 장작이 12시간 째 이글거리고 있다, 참나무의 뼈가 모두 녹아나고 있다
곰탕을 먹으면서 TV 다큐를 본다
고비 사막의 낙타, 공룡 흰 뼈
수백만 년 뜨거운 태양에 이글이글 끓어 넘쳐
문드러진 살은 이미 다른 존재가 되었고 구멍 숭숭 뚫린 뼈만 남았구나

뼈 있는 말, 뼈대 있는 집안, 뼛속 깊이 간직한다는 말, 뼛속으로 바람 든다는 말, 다 뼈의 스토리다. 화장으로는 살도 타고 뼈마디도 탄다.
그 뼈마디들이 하는 생각, 말, 다 다르리라. 그래도 결국 남는 건 구멍 숭숭 뚫린 뼈로 남는다는데.
모두 다 타 없어진다 해도 사리로라도 남는다는데.
뼈의 내력을 읽으며 오늘 뼛속까지 내려가서 글을 쓰라는 선배의 말 곱씹어보는 시인, 그 말이, 그의 시가 되어 사리처럼 남을 것, 그것이 시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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