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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스칼렛 3인의 '매치 포인트'

김석하/특집팀 에디터

#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얼마전 '망언'을 했단다. 내 수식어에 섹시스타는 싫다고. 하긴 각종 영화제 후보와 베니스영화제에서 주연상을 탈 정도다. 하지만 스칼렛하면 역시 우아한 섹시미가 떠오른다. 출연작 중에 '매치포인트 (Match Point)'가 있다. 통속적인 불륜 영화인데 우디 앨런 작품이다 보니 의미심장하다. 야망은 있지만 평범한 배경의 테니스 코치(크리스)가 운좋게 상류층 여성과 결혼해 신분 상승을 이룬다. 그 사이 불륜을 맺은 여성(노라ㆍ스칼렛 분)이 사랑을 호소하며 매달리자 계획적으로 살해한다. 그러고도 잘 먹고 잘 산다는 내용이다.

영화 제목은 테니스 탁구 등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한 포인트를 말한다. 네트에 걸친 공이 넘어가느냐 내쪽에 떨어지느냐는 순전히 '운'이다. 영화의 불륜남은 조마조마한 매 순간마다 운이 좋다. 영화 처음과 뒷부분에서 테니스 공과 반지가 각각 네트와 강변 펜스에 튕기는 찰나가 철학적이다. '인생은 두려울만큼 대부분 운에 좌우된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는 도도하고 활달하며 고집과 자존심이 센 매력적인 여성이다. 예술적 감성을 지닌 애슐리에게 연정을 품지만 그가 사촌 멜라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복수심으로 애슐리 동생의 약혼자이자 멜라니의 오빠인 찰스와 애정 없는 결혼식을 치른다. 하지만 찰스는 남북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다. 과부가 된 스칼렛은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 나간다. 재혼자였던 프랭크마저 우발적인 싸움 끝에 목숨을 잃어 다시 혼자가 돼 힘겹게 살아간다. 패잔병이 돼 돌아온 애슐리를 유혹하지만 그는 일편단심이다. 이후 남성미 넘치는 레트 버틀러와 결혼하지만 스칼렛이 애슐리를 잊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 버틀러는 결별을 선언하고 떠난다. 뒤늦게 진정한 사랑을 느낀 스칼렛은 필사적으로 매달리지만 그의 마음을 돌이키지 못한다. 스칼렛은 사랑과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 고향으로 떠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며.

# LA한인회 스칼렛 엄 회장은 지난 2006년 21만 달러를 한인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공약하며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여론은 왜 공약을 이행하지 않느냐며 압박했지만 스칼렛은 '당선돼야 내는 거다'라고 말했다. 2008년에는 출마설이 돌던 다른 후보 앞에서 눈물로 호소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단독출마해 무투표 당선(29대)됐다. 당시 "어쨌든 (이젠) 당선됐으니 21만 달러를 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임기를 마칠 쯤 다음 선거에는 불출마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도 어겼다. 되레 선거 규정을 비상식적으로 바꾸고 상대 후보가 애매한 이유로 인해 자격 박탈되자 또 무투표 당선(30대)됐다. 엄청난 반발이 일었지만 역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얼마전 31대 선거 과정에서는 자신의 말을 안 듣는다며 선관위원장 등을 자격 정지 시키기도 했다. 또 창립 50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가한 유명 가수와 스태프에게는 부도수표를 건네 말썽이 일었다. 게다가 차기 한인회에는 15만 달러라는 거액의 채무를 넘겨줬다.

# 세 명의 스칼렛. 망언은 요한슨 보다 엄 회장이 훨씬 셌다. 그녀는 누차 재정이 어려운 한인회에 정부의 그랜트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약한 21만 달러에 채무 15만 달러를 합해 36만 달러의 빚만 남겼다. '내일은 내일의 회장이 맡는다'는 인식은 오하라의 오만함보다 셌다. 매치포인트로 보면 엄 회장은 다른 두 스칼렛에 비해 항상 운이 좋았다. 4년 임기동안 네트에 걸린 수많은 공들이 상대편에 떨어졌다. 한인사회는 운이 나빴다. 며칠 뒤면 스칼렛은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빚과 분란만 남긴 채. 떠날 때를 미리 생각하면 엄숙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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