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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공정 경쟁(Level playing field)

오명호/HSC 대표

자본주의 시장 내에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여건(Field)이 공정해야 한다. 즉 상반된 목표를 추구하는 두 집단의 정보가 동등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제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만약 제품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적(Asymmetric Information)일 경우 시장의 실패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중고차 시장에서 중고차를 살 때다. 파는 사람은 그 차의 고장내역을 잘 알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그 차의 성능을 잘 알 수 없어 가격형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경제학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시장실패라고 부른다.

최근 ‘그래도 미국 월스트릿은 선진 금융시장인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사건이 벌어졌고 결국 인도계 미국인이자 그 유명한 골드만삭스의 임원이었던 억만장자 ‘굽타(Rajat K Gupta)’는 내부자거래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 배심원들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 내부자 거래가 바로 전형적인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해 거액을 버는 ‘하이칼라 범죄’의 유형이다.

이는 특정회사에 관련된 정보를 그 기업이 공시하기 이전에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대가를 얻을 목적으로 특정인에게 미리 알려주는 행위, 즉 범죄를 말한다. 보도에 따르면 굽타는 2008년 9월 23일 오후 3시13분에서 53분까지 40분간 전화로 골드만삭스 임원 회의에 참여한다. 그 내용은 바로 워런 버핏이 50억 달러를 골드만삭스에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전화회의를 끝낸 지 16초 후에 바로 갈리온 헤지펀드 그룹의 총수인 라지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 3시56분 갈리온 총수 라지는 총 35만 주의 골드만삭스 주식을 4300만 달러를 주고 매입한다. 약 2시간이 지난 5시29분 골드만삭스는 공식적으로 워런 버핏의 50억 달러 투자내용을 공표한다. 물론 골드만의 주가는 당연히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이 갈리온 헤지펀드 그룹의 총수인 라지도 인사이드 트레이딩 죄목으로 유죄평결을 받고 11년형을 살고 있다. 4명의 딸을 둔 굽타는 인도출신이다. 10대 때 고아가 된 굽타는 인도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와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입사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글로벌 헤드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쉽게 말하면,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인물이다.

현재 1억3000만 달러 정도의 순자산을 지닌 그가 무엇이 아쉬워서 갈리온 헤지펀드에게 그 정보를 흘렸겠느냐는 게 변호인단의 변론이지만, 배심원들의 판단은 다른 모양이다. 명백한 증거가 있다는 얘기다.

커네티컷주 웨스트포트에 맨션을 지니고 있는 그는 갈리온 헤지펀드에 최소 13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결국 이 잘못된 커넥션이 화를 불러 일으킨 것이 아닌지 막연한 짐작을 해본다.

인간의 본성은 정말 고치기 힘든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예일대 경제학 교수 로버트 실러는 “사람은 공격적인 본능도 갖고 있지만, 칭송 받고 싶은 본능도 갖고 있다”라는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남긴다. 그렇다. 인간은 공격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부자들은 900만 달러의 돈을 지니고 있으면 100만 달러를 더 벌어 1000만 달러의 부를 채우려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물론 부자 모두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묘하게도 금융시장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공격적인 본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그 공격적인 본능을 최대로 약화시키면서 생산적이 되도록 금융시스템을 디자인 하는 일이 매우 어렵게 보인다는 결론이다.

최고의 학부라 불리며 온 지구인의 선망의 대상인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다수의 최고 경영자들이 저지른 행위는 실망 그 자체다.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 최근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그리고 굽타는 바로 이 명문 하버드 출신들이다. 전문적인 교육 이전에 윤리와 도덕을 배워야 하는 게 아닌지. 가장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도덕과 윤리가 굳건하게 두 다리로 받쳐주지 않는 한, 그들의 지식은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젊은 세대들은 최소한 ‘사자소학’이라도 배워야 이런 위험과 유혹을 떨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살아가야 할 기본적인 도덕과 윤리는 미리 익혀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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