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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서 만난 '라스트 스탠드' 김지운 감독…"첫 영화 같은 설레임·짜릿함 동시에 얻었죠"

[LA중앙일보] 발행 2012/06/29 미주판 33면 기사입력 2012/06/28 16:30

멕시코 국경 인근 사람들의 캐릭터·인정드러나는 액션 영화
늘 화이팅 넘치는 아놀드 슈워제너거와 재밌고 즐겁게 작업

2003년은 한국 영화계에 큰 의미가 있는 해였다. 그 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나왔고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나왔고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 나왔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셋은 모두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시장의 주목을 받는 감독들이 됐다. 그로부터 꼭 10년이 흐른 오는 2013년 셋은 또 다시 동시에 큰 도약의 걸음을 딛는다. 세계 관객을 타겟으로 만든 그들의 첫 영어 영화 할리우드 데뷔작이 나란히 관객과 만나게 된다. 곧 모습을 드러낼 박찬욱의 '스토커'와 봉준호의 '설국열차' 그리고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에 대한 영화계의 관심은 하늘을 찌른다.

그 가운데서도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는 흥행과 대중성 면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대형 스튜디오인 라이온스게이트표 액션 영화이자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할리우드 복귀작이란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LA에서 '라스트 스탠드' 후반작업에 한창인 김지운 감독을 만났다.

-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어 본 소감이 궁금하다.

"할리우드도 새로운 영화적 감수성과 신선한 피를 필요로 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열심히 좋아하는 영화 만들다 보니 딱히 할리우드를 꿈꾸진 않았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한국 대표라는 생각은 없다. 보편적 삶의 이야기로 영화적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한국과 할리우드를 나누고 싶진 않다."

- 한국과 할리우드의 차이점을 느꼈다면.

"할리우드 영화는 우주인의 침략을 너무 많이 걱정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미국이 외계 침공을 다 막아주니 걱정없이 삶의 작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웃음) "

- '라스트 스탠드'는 어떤 영화인가.

"할리우드 영화이긴 하지만 우주를 상대로 하는 영화는 아니다. 멕시코 국경 인근의 평범한 사람들이 막강한 적을 상대로 목숨걸고 그들을 막아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캐릭터와 인정이 드러나는 액션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뉘앙스나 느낌은 다르지만 경쾌한 스펙터클을 그렸다는 대전제에 있어서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같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 벌써부터 할리우드 쪽에서는 소문이 좋다.

"아무래도 오락영화고 상업영화니까 크게 불편한 점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 이 영화를 통해서 큰 걸 하려는 게 아니다.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가 하고 싶을 뿐이다. 오락 액션 영화지만 사람 사는 데에서 나올 수 있는 평범하고 보편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비롯한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특히 항상 파이팅 넘쳤다. 성실하고 스마트한 배우다. 역시 한국과 할리우드를 떠나 좋은 배우들이 좋은 과정과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이 하나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도 느꼈다. 영화 예술 영상 예술 속엔 언어를 넘어서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단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 뿐 아니라 함께 작업한 할리우드 관계자들도 모두 느낀 부분이다."

- 힘든 점은 없었나.

"한국의 현장은 상당히 가족 개념이다. 스태프와 배우 모두 이게 '누군가의 영화'가 아니라 '내 영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항상 '함께'다 보니 감독이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감독 혼자 북치고 장구 치는 게 아니라 감독이 뜻하는 바를 위해 모두가 서브해주고 토스해주고 어시스트해주는 분위기다. 할리우드는 세계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재능있는 프로페셔널들이 가득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 시스템이 있지만 정서적 유대감은 바랄 수가 없다. 한국은 현장 자체가 감독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할리우드는 꼭 그렇진 않았다.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부분들이 여기서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집요하게 요구하고 어필해야 겨우 이루어진다는 점이 감독으로서 힘들었다. 그런 시스템 안에서 내 의견과 비전들을 얼마나 최대치로 반영시키느냐에 대한 연구와 논리가 필요했다."

- 외로움도 컸겠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지 않나. 여기서 나는 아무것도 없는 '외국인 노동자'일 뿐이었다. 로보트가 아닌 이상 거기서 오는 설움과 외로움은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친구도 별로 없고 와서 일만 하는 것 같아 정말 외국인 노동자분들의 심정이 느껴지더라.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포기할 수가 없다. 이 외로움과 서러움을 견뎌내자'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목표가 생기면서 더 강해진 측면도 있었다. 좋은 점은 시간이 많아 독서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보지 못한 좋은 책들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혼자 생각할 시간도 많았다."

-설레는 마음도 있을 듯 하다.

"한국에서 영화 데뷔했을 때랑 똑같은 심정이다. 그때처럼 어려웠고 그만큼 첫 영화를 찍어 공개한다는 데 대한 설렘도 크다. 여긴 세계 영화 산업의 패권을 가지고 있는 할리우드다. 그 판에서 아시아 작은 나라의 한 감독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회사들 배우들과 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 대한 쾌감도 동시에 있다.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하듯 외로움과 서러움 등 힘든 과정들 통해 한국에서는 맛보지 못한 다른 것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지점에서 만족스럽다."

- 느와르 액션 스릴러 공포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 다음으로 김지운 표 '잔혹한 멜로'를 기대하는 팬들도 있다.

"'악마를 보았다'를 끝내고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 1년 동안 미국 생활을 하며 외로움도 느껴보고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 착하고 좋은 영화 모든 분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잔인한 멜로 보다는 아름다운 멜로가 더 좋다. 그간 좋아했던 장르는 아니지만 로맨틱 코미디에도 관심은 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웃음을 섞기 보다는 살아가며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유머 사랑의 감정 속에서 나오는 아이러니들을 넣어 만든다면 얼마든지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글=이경민 기자 사진=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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