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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오바마 대통령의 '얼렁뚱땅'

원용석/사회팀 차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하면 일단 뛰어난 화술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얼마 전 멕시코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담에서의 오바마 대통령은 완전히 달랐다. 그가 그렇게 횡설수설했던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맥빠지는 연설 뒤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로이터 통신의 제프 메이슨 기자가 화살처럼 질문을 날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의 알 아사드를 퇴진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간단한 질문에도 그는 '예스'도 '노'도 아닌 애매모호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중요한 토픽이다. 시리아 유혈사태가 심각하다. 러시아도 이 문제를 심히 걱정하고 있다."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 치더라도 그의 다음 말은 아예 왜곡이었다. "난 러시아가 시리아인들이 대량학살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푸틴은 지상 공격용 무장 헬리콥터를 시리아에 공급 아사드의 대량학살을 적극 지원한 장본인이다. 몇주 전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다.



곧이어 다른 기자가 유럽의 경제 위기에 대해 물었다. 역시 오바마의 대답은 형식적이었다. 유럽 리더들이 이 문제를 놓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7살짜리 아이도 이 정도 대답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경제적으로 붕괴 일보직전에 몰려있다. 이 국가들이 왜 이 지경에 처하게 됐는지 오바마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알았다면 정부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부터 보였을 것이다. 물론 국채 문제에는 공화당의 책임도 크다. 이라크전이 그렇다.

하지만 오바마의 최근 경제정책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키스톤 파이프라인 승인을 거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원유 가격을 인하시킴과 동시에 일자리만 2만개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를 걷어차 버렸다. 캐나다와의 관계까지 껄끄러워졌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 좋아하는 '대체 에너지' 사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을까?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인 캘리포니아의 '솔린드라'는 연방정부의 전폭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파산 신청을 했다. 국민 혈세 5억2800만달러가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간 것이다. 가장 열렬한 태양열 에너지 지지자로 알려진 주디 추 연방하원의원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은 잘못된 투자였다"고 인정했다.

매사추세츠의 '비컨 파워' 또 지난 28일에는 콜로라도의 '어바운드 솔러' 등 대체 에너지 업체들이 잇달아 파산 신청을 했다. 정부가 어바운드 솔러에 쏟아부은 돈은 4억달러였다. 추 의원에게 태양열 에너지가 언제쯤 현실로 다가올지를 물었다. "언젠가는 이뤄야 할 일"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번에 '오바마 케어'의 합헌이라는 큰 수확을 얻어낸 오바마 대통령이지만 아직 기뻐하기엔 이르다. 여론조사에서 이를 반대하는 미국인이 더 많다. G20 회담은 오바마의 혼란스런 머릿속을 에누리없이 보여준 장이었다. 이번에는 "예스 위 캔!"이라는 듣기 좋은 슬로건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횡설수설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 대선까지는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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