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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식의 레포테인먼트] 축구를 홀대하며 스포츠 선진국?

[LA중앙일보] 발행 2012/07/03 스포츠 3면 기사입력 2012/07/02 20:22

"축구의 생명은 골인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차범근 감독이 80년대 요구르트 선전에 사용했던 카피 문구다.

주지하다시피 축구는 전세계 수많은 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발과 머리만 사용하고 규칙도 가장 단순한 종목이다. 그렇지만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가별 국내리그는 물론 국가대항전 월드컵ㆍ유럽 선수권(유로)ㆍ남미 선수권(코파 아메리카)ㆍ컨페더레이션 컵ㆍ골드컵ㆍ아시안컵 대회와 클럽 대항전인 챔피언스 리그 등은 엄청난 관중과 높은 시청률 거액의 스폰서십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유럽ㆍ남미인들에게 축구는 종교 그 자체이며 감독ㆍ선수는 교주와 비슷한 존경과 관심의 대상이다. 이 두 대륙에서 축구외 다른 종목은 그야말로 곁가지에 불과하다.

평민 출신인 데이비드 베컴(LA갤럭시)은 공 잘 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고 스파이스 걸스의 빅토리아와 결혼하며 부와 신분 상승을 동시에 이루기도 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정반대의 설움을 받는다. 인기종목인 풋볼ㆍ농구ㆍ야구와의 경쟁에서 탈락한 '떨거지 취급'을 당하는 실정이다. 동구의 우크라이나ㆍ폴란드가 공동개최했던 2012년 유로가 이틀전 스페인의 2연패로 막을 내렸다. 상당수 미국인들은 '브라질만 빠진 제2의 월드컵'인 유로 대회를 유럽의 화폐 이름으로 오해하기 일쑤다.

심지어 18년전 자기네 나라에서 개최했던 월드컵을 '스키 월드컵'으로 착각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유럽ㆍ남미는 이런 미국을 두고 "최고 인기종목을 모독하는 야만적 나라"라고 비웃는다. 축구의 공식 영어표기는 글자 그대로 발로 차는 '풋볼'이지만 미국에서는 미식축구란 뜻이다.

'사커' 명칭은 원래 축구협회(football association)의 중간 머리글자 soc에 c와 er을 추가한 것으로 '협회쟁이'를 암시하는 축구 비하 저속어다. 90분 내내 애써서 뛰고도 한골 넣기가 쉽지않고 작전타임도 없어 광고 방영에 어려움을 겪는 스폰서들이 외면한다는 것이 차별의 원인이다.

이밖에 축구가 국제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라는 점도 미국인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대목이다. 올림픽ㆍ월드컵ㆍ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종합ㆍ국제 이벤트보다 수퍼보울ㆍ로즈보울ㆍ월드시리즈ㆍ스탠리컵과 같은 국내 이벤트 챔피언십을 더 즐긴다. 미국 챔피언이 곧 세계 1위라는 자부심에 다름 아니다.

4년에 한번 벌어지는 올림픽을 그것도 미국선수가 메달을 딴 경기를 몇시간뒤에 편집해서 보여주는 나라가 미국이다.

10년전 한일 월드컵 미국-독일의 준준결승전도 공중파 ABC(채널7)가 아닌 자매회사 ESPN이 떠맡았을 정도다. 제3자 입장에서는 가히 '축구 탄압' 수준이다. 만약 지난달 끝난 프로농구(NBA) 결승시리즈를 케이블 방송국에서 녹화로 내보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21세기에서도 축구를 홀대하는 나라가 과연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인정받을수 있는 것인지 개인적으로도 자못 궁금하다.

bonghwashi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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