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당신…타운 수선집 이용 는다

계륵 같던 장롱 속 명품 가방 "고치니 이름값"

고리 끊어진 샤넬 단 하루 작업에 5달러
네군데 박음질 뜯어진 구찌도 40달러 OK
'가방·구두 병원' '겔러리아 수선' 등 유명

큰 맘먹고 장만했던 '완벽한' 명품 가방.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 흠집이 생기고 지퍼가 망가지는 등 낡아져 가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진 않았는지. 옷장 깊숙이 고이 모셔두고 있는 가방을 꺼냈다. 고쳐서 써 보자는 생각에서다. 지난 달 23일 끈 고리가 끊어진 샤넬 가방을 들고 샤넬 매장을 방문했다. 수선 비용이 최소 110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답이 왔다. 체인을 바꿀 경우 가격은 더 올라간다고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수리기간. 적어도 6~8주가 걸린다는 것이다. 매장에서 수선하는 곳까지 왔다갔다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번엔 한인타운의 명품가방 수선 집을 방문해봤다. 과연 수선 결과는 어떨까.

지난 달 25일 똑같은 샤넬 가방을 들고 웨스턴과 7가에 위치한 '가방.구두 병원'을 찾아갔다. 윤대용 사장은 "수선하는데 하루 작업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맡긴 샤넬 가방은 하루 만에 수선이 끝났다. 수선 비용은 5달러. 모서리 네 군데 박음질이 뜯어진 구찌 가방도 수선을 부탁했다. 이것은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그래도 일주일 내 수선이 끝났다. 가격은 40달러. 결과는 깔끔했고 만족스러웠다(왼쪽 맨 위 사진)

명품 가방 수선을 10년이 넘게 해온 윤 사장은 "뜯어진 바늘 땀을 다시 꿰맬 때도 오리지널 땀구멍에 맞춰 꼼꼼히 꿰매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오래 들고 다닌 가방 색이 바래 다시 페인트하기 위해 찾거나 아예 다른 색으로 염색하기 위해 찾는 고객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염색하는 데는 한 달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70~80달러부터 많게는 250~300달러까지 든다. 장식이 복잡한 가방일수록 비싸다.

샤넬 가방의 경우 체인을 뺏다 다시 채우는데 시간이 많이 들고 버클이나 지퍼 등 염색을 피해야 되는 부분들을 꼼꼼하게 포장해서 보호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방의 옛 페인트를 벗겨내기 위해 천을 이용해 밀어낸다. 이렇게 해서 깨끗하고 매끈해진 표면에 염료 스프레이 건으로 뿌려줘 염색을 하게 된다. 이후 충분히 마르고 나면 다시 페인트를 칠해 줘야 한다.

염색과 페인트를 따로 두 번 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날카로운 물건에 긁혀 페인트가 벗겨질 경우 오리지널 페인트 색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란다.

클리닝 가격은 장식이 없는 심플한 가방의 경우는 30~40달러. 장식이 있거나 두 가지 색 이상 조합된 가방은 60달러가 넘는다. 샴푸에도 두 종류가 있어서 기름 때가 묻은 가방은 동물성으로 쇳물 등 다른 이물질이 묻은 제품은 식물성 샴푸로 씻어줘야 한다고 윤사장은 덧붙였다.

염색은 가방의 원래 색과 형태 그대로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윤 사장은 "여러 색으로 조합된 맞춤 염료를 보관했다가 고객이 다음에 방문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특별히 다른 색으로 염색하는 경우엔 고객에게 직접 색을 보여줘 고객이 색깔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브라운이라도 밝은 브라운인지 어두운 브라운인지에 따른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몬트 갤러리아 1층에 위치한 가방 수선집 '겔러리아 수선'도 유명하다. 이 업소의 백승현 사장은 원래 가방 공장을 운영했었다고.

겔러리아 수선을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수리 완성도가 높다는 입소문을 타고 하루에 한 개씩은 꼭 의뢰가 들어온다.

백 사장은 "대부분 안감이나 테두리 튜브 교체 수리가 많다"며 "요즘은 바빠서 테두리 튜브 교체에 10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루이뷔통 가방의 테두리와 손잡이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150달러가량.

백 사장은 "가방 수선 후 상태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아무래도 새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세현.이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