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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미국아, 도대체 왜 이러니'

이종호/논설위원

지난달 28일 인구 29만명의 스탁턴시가 파산했다. 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연금과 건강보험 혜택 그리고 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실패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연이어 겨울 휴양도시 맘모스레이크시도 4300만달러의 빚을 못갚아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지난해 기록적으로 낮은 강설량으로 스키 인구 유입이 급감한 것이 이유라고 한다. 그저께는 빅토빌시 어제는 또 샌버나디노카운티도 위험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요즘 미국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다. 생활 속에서 접하는 상황도 더 한숨이 난다. 인터넷 중앙일보 블로거 중에 '씨야 잡문록'이라는 ID를 가진 분이 있다. 이분이 '아 미국아 너 왜 이 모양이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미국 제약회사 지점에서 경리 일을 보던 며느리가 어느날 갑자기 연봉 인상 한 푼 없이 서부 지역 4개 지점 일을 다 맡게 되었다. 어려워진 회사가 구조조정 하느라 다른 지역 담당자들이 모두 잘랐기 때문이다. 의사인 아들도 수술 때문에 밤샘근무가 다반사였으나 요즘은 정시 퇴근을 한다. 환자들이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을 안 오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운전면허증을 바꾸려고 DMV에 갔다가 컴퓨터 먹통으로 4시간이나 기다린 일 뉴욕에서 열차를 탔다가 고장이 나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도중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경험담에선 아예 쓴 웃음만 난다.'

이 분 만이 아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들려오는 체감지수는 더욱 심각하다. 자영업 하는 분들치고 요즘 얼굴 제대로 펴고 다니는 경우를 보기가 힘들다. 직장생활 하는 분들 역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며 불안해한다. 이럴 땐 정말 묻고 싶다. '미국아 도대체 왜 이러니?'



그렇다고 이 땅을 떠날 수도 없다. 물론 더 이상 못살겠다며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전하는 한국은 어쩌다 방문해서 만나는 한국 뉴스를 통해 전해 듣는 한국과는 딴 판이다. 살기가 편리해졌다고는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밖에서 생각하던 한국이 아니라는 얘기를 이구동성으로 한다. 복잡하고 무례하고 경쟁 많고 거품투성이인 사회 이념으로 편갈리고 세대로 분열되고 그렇게 평등을 부르짖으면서도 점점 더 불평등 사회가 되어 가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또 똑같은 결론 내린다. '그래도 미국이 낫다.'

이번 주 중앙일보엔 1940년 센서스에 나타난 LA한인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LA 한인 인구는 98가구에 415명 평균 나이 30.1세 가구별 평균 연소득 1204달러(현재 가치로 2만4000달러)였다.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류 백인들의 겨우 절반을 조금 넘는 수입으로 생활한다는 것 인종적 편견에 맞서며 나라 잃은 소수계로 살아간다는 것 모두가 힘에 부쳤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이 땅을 자유의 땅 기회의 땅으로 믿으며 미래에 대한 꿈 하나로 버텼을 것이다. 지금의 불황보다 훨씬 더 가혹했을 대공황의 터널도 그렇게 지나왔고 세계대전의 어려움도 그렇게 이겨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못할까. 70년 전 우리 할아버지들도 했는데 그때도 희망가를 불렀는데 지금 왜 우리는 움츠리고 있어야만 할까. 기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런 질문이 아닐까 싶었다.

요즘 한국 TV에서 가장 인기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다. 그 중에서도 최고 인기 코너는 '용감한 녀석들'이다. 거기에 온 방청객이 다 따라 부르는 노래가 나온다. 후렴구가 이렇다.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딱 우리에게 하는 주문이 아닌가. 흔들리는 미국이지만 흔들리지 말고 살라며 불러주는 주문처럼 들리지 않는가. 한 번 더 따라 해 보자.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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