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로에 선 막걸리 세계화
이수정/경제팀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막걸리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된다. 이미 한류 열풍으로 인해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우리 술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막걸리는 저렴한 가격에 건강이나 피부 미용 다이어트에 좋다는 홍보로 젊은 여성 고객층을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의미에서 웰빙주인 막걸리는 세계적인 주류가 될만한 조건은 다 갖춰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주류시장은 건강 고급화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류 제조업체들은 너도나도 천연 유기농 무첨가제 기능성 저칼로리 등의 건강 트렌드를 내세운 신제품 개발이 한창이다. 또 낮은 도수의 술에 대한 선호도도 올라가고 있다. 소주 맥주 위스키 역시 기존 제품보다 알코올 함량을 낮춘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탁주.농주라고도 불리는 막걸리는 6~7도로 알코올 성분이 적다. 해서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이나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이 즐길 수 있다. 막걸리는 한국에서는 비교적 싼 서민들의 술이지만 일본에서는 건강에 좋은 고급술의 이미지로 다가가고 있다. 이는 막걸리의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와인의 경우 맛과 향 포도의 종류까지 모든 정보가 엄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평가된다. 프랑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양조장과 수많은 장인들이 있다. 와인 소믈리에라는 직업도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막걸리도 와인처럼 세계적인 명주로 발돋움하려면 전통적 제조기법을 체계화할 뿐 아니라 막걸리와 관련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관련 지식과 정보를 전파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도 필요하다.
막걸리는 와인에 비해 항암 효과 등 건강에 좋다는 연구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막걸리 제조 업체의 영세성을 고려하면 이 같은 특성들을 업체 자체의 홍보에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나 학계의 지원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막걸리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2002년을 시작으로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막걸리 수출이 주춤해진 것이다. 2011년 전 세계적으로 5273만5000달러어치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176%라는 폭증세를 기록했던 막걸리는 올해 들면서 하락세까지 보이고 있다. 한국 농림수산식품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막걸리 수출액은 2224만2000달러로 지난해 동기대비 3.7%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2001년 1.8% 줄어든 이래 처음이다.
지금은 막걸리가 세계적인 술로 도약할 것인가 그저 지나가는 일회성 바람으로 끝날 것인가의 기로에 있다. 업계의 노력과 정부나 학계의 지원이 합쳐져 막걸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상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