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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패각추방되는 흡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2/07/16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7/15 19:48

안유회/편집국 코디네이터

샌타모니카시 '내 집 흡연' 도 금지
간접흡연 피해 있는 한
사생활도 선택권도 없는 소수계


처음엔 식당과 빌딩에서 다음엔 공원과 바닷가에서 그리고 마침내 자기 집에서도 쫓겨났다. 흡연자 이야기다. 지난 12일 샌타모니카 시의회는 아파트와 콘도에서 담배를 필 수 없다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사상 최강의 금연법이다.

조례의 내용은 이렇다. 아파트나 콘도에 새로 이사온 사람은 집 안에서 무조건 담배를 필 수 없다. 이미 살고 있는 이들은 흡연자로 등록을 하고 피워야 된다. 기존 입주자의 경우 당장은 담배를 필 수 있지만 '내 집에서야 내 마음대로 필 수 있겠지'라는 흡연 공간의 마지노선은 무너졌다. 현재의 분위기로 가면 오래지 않아 공동 주거 건물에서는 기존 거주자 신규 거주자 가리지 않고 담배를 못 필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샌타모니카시는 이미 2009년부터 일관되게 공공장소 흡연을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적어도 샌타모니카시에서 흡연자는 패각추방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흡연자는 공공보건의 적이며 따라서 커뮤니티의 적이다. 공공의 적인 흡연자의 패각추방 물결은 샌타모니카시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패서디나와 헌팅턴 파크 버뱅크 등이 잇따라 흡연자 추방 패각투표에 들어갈 예정이다.

샌타모니카시의 조례를 패각추방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금연 위반을 이웃간의 분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위반자를 단속하지 않는다. 건물주도 개입하지 않는다. 이웃이 단속한다. 이웃이 조례위반을 따지다 말로 안 되면 스몰 크레임 소송을 걸 수 있다. 벌금은 첫번째 위반의 경우 100달러지만 두번째 세번째 위반은 200달러 500달러로 뛴다.

흡연자가 궁지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간접흡연 피해다. 최근 비만은 흡연을 제치고 공공보건을 위협하는 공적 1호로 올라섰다. 그렇다고 정크푸드를 집에서도 먹을 수 없고 먹으려면 등록을 해야 하며 이를 이웃이 단속하는 법을 상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정크푸드 간접 섭취 피해 이런 건 없기 때문이다.

간접흡연이 있는 한 흡연자는 일방적으로 몰리게 돼있다. 이 족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연기 없는 전자담배가 나왔지만 금연이라는 대세를 이기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조례와 관련해 "흡연자가 이웃에 온 뒤 천식에 걸렸다"는 증언이 있었다. "저기 버스의 매연을 봐라"는 반론도 있었다. 간접흡연이 천식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증거는 없다. 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개인의 선택권이나 사생활의 권리까지도 도도한 금연의 흐름 앞에 무력하다.

샌타모니카시가 금연 법제화의 선두에 서서 사생활의 권리와 충돌할 수 있는 부분까지 밀고 나간 것은 남가주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남가주는 연중 야외활동이 가능한 날씨 때문에 그 어느 곳보다 몸의 가치를 중시한다. 바닷가의 샌타모니카시가 '내 집안의 금연'까지 간섭하는 배경에는 이런 문화적 특성도 깔려있다. 넓게는 가주 좁게는 남가주는 흡연에 대한 반감이 앞으로 더욱 높을 것이다. 샌타모니카 시관계자도 이번 조례가 직접적인 제재보다는 흡연을 문화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사실은 이웃의 시선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1960년대 반항의 상징이던 제임스 딘의 담배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누군가는 담배를 '영혼의 비타민'이라고 했지만 이젠 냄새 나고 질병을 퍼뜨리는 이미지 뿐이다. 아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무권리의 소수계가 되고 있다.

최근 가주에서 담배세 인상안은 겨우 0.6% 차이로 부결됐다. 다음 번엔 통과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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