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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인터넷 시대 익명성의 역설

김완신/논설실장

인터넷과 첨단기술은 양면성을 갖는다. 인터넷은 이전 특정계층의 전유물이던 정보와 지식을 보통 사람들도 공유하게 했지만 반면 관심밖이었던 보통 사람들의 사생활도 인터넷에 무작위로 노출시켰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 혼자 있어도 지켜보는 눈이 있으니 항상 매사에 조심하라.' 이런 뜻을 가진 사자성어는? 물론 넌센스 퀴즈다. 정답은 CCTV라고 한다. CCTV는 감시 기능을 하는 카메라지만 찍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다.

인간은 첨단과학을 개발했지만 그 기술로 인해 감시와 통제에서 점점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얼마전 구글은 직원들의 위치를 추적해 주는 '구글 맵스 코디네이트(GMC)'를 출시했다. 직원들의 전화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5초 간격으로 직원들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구글은 GMC가 업무효율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위치추적을 받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한다.

최대 서적 유통업체인 반스&노블은 e북 사용자들의 독서 행태를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e북 독자들이 책을 읽는 동안 e북이 독자의 독서 습관을 추적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반스&노블은 출판사들의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독서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은 사생활 침해가 될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동안 개인의 독서습관은 고스란히 기계에 노출되고 기계는 이를 바탕으로 독자에게 최적의 서적을 디자인 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개인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이 대표적이었다. 지금은 컴퓨터에 숙달돼 있으면 인터넷에서 개인에 대한 사적인 정보를 얼마든지 파헤칠 수 있다. 최근들어 구직자들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검색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도 입학지원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학생들의 성향을 판단하기도 한다.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이름의 철자 몇개를 일부러 바꿔 실명을 감춘 후 페이스북 등에 사용하기도 한다.

불법 개인정보 접근이 문제지만 합법적인 정보유출도 폐해는 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하원의원(매사추세츠)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사법당국이 9개 이동통신사에 요청한 개인정보는 총 130만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07년에 비해 3배가 늘어난 수치다. 수치의 증가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정보들이 상업적 목적이나 범죄 등에 악용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법은 '자신에 관한 정보 유포를 통제할 수 있는 개인적 권리'를 프라이버시로 규정하고 있는데 통제가 불가능하다면 이는 더이상 프라이버시가 아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주민들의 사상과 자유가 철저히 통제되고 감시되는 전체주의 국가가 등장한다. CCTV와 유사한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든 사람들을 감시하는 독재자 '빅 브라더'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사회다. 독재자는 '빅 브라더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구호로 주민들을 집단최면에 빠지게 한다. 소설 '1984'의 주제는 스탈린식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사생활의 노출과 감시는 지금의 인터넷 시대를 예견한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하다.

프라이버시는 라틴어로 '무리로부터 분리돼 익명으로 남는 것'을 뜻한다. 대중에 노출되지 않고 이름을 감출 때 프라이버시는 유지될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모두가 프라이버시를 위해 익명성에 숨지만 정작 자신들은 익명성을 잃어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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