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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은퇴가 기다려지는 나이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졸업이 가까운 수련의가 나에게 언제 은퇴하느냐고 묻는다. 내 자리에 남고 싶어서 그러나?

요즘처럼 경제가 나빠 모든 것이 동결된 상태에서는 병원도 새 의사를 고용할 만한 여유가 없다. 그래서 내가 나가 주면 예산의 변동없이 젊은 의사를 더 고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은퇴는 중산층이 갖는 특권이지 부유층이나 빈곤층에는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부자들은 그들이 이룩하고 참여해 온 '대기업적 미국(Corporate America)'의 경제 활동에 계속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이 좋은 예이다. 반면 빈곤층은 매일 매일 삶다운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65세가 지나도 일을 해야 한다.

베이비 부머의 첫 정년 퇴직은 2011년에 시작됐다. 앞으로 베이비 부머 세대가 대거 정년 퇴직에 들어가고 그 다음 세대들이 또 퇴직의 길을 가게 되면 경제적으로 전혀 기여할 수 없는 어린이들과 퇴직한 인구들의 비율은 1대 1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린이들과 퇴직인구를 합친 비노동 인구와 일하고 있는 노동인구의 비율은 4대 5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930년 65세 이상은 미국 인구의 4.6% 정도였는데 2050년이 되면 인구의 4.6%가 85세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니 65세 이상의 사람수는 엄청나게 더 늘어날 것이고 이들의 생활 소비 금액은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늙은(?) 사람들 때문에 고생해야 하는 노동세대는 억울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은퇴층을 벌어 먹이고 있는 것이 일을 하고 있는 자신들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강제 은퇴로 시작해서 자발적 은퇴로 변형된 사회변화의 부작용을 이제 막 보고 있을 뿐이다.

산업화된 사회(1885~1929년)에서 정년퇴직이라는 규칙의 탄생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이는 잠시 완화되었다가 대공황으로 다시 악화되었는데 세 번째 악화는 제2차 세계대전 후와 베트남 전쟁 후 즉 휴전이 있었던 1940 1975년 후에 반복되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돌아온 참전 젊은이들에게 일 할 직장을 만들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번번히 65세 이상 노년층(?)은 뒷전으로 밀려야 했다.

우리 사회의 은퇴 아이디어는 그 때부터 고착화되면서 아름다운 색깔이 칠해졌다. 국가와 대기업들이 은퇴금이라는 매력적인 미래 보장의 도구를 제시하게 되었고 은퇴의 삶은 일하지 않고도 즐겁고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는 권리라고 세뇌를 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그 결과 밀어내지 않아도 제 발로 은퇴의 길을 간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고 여기에 보험회사들이 여러가지 상품을 갖고 이 아이디어를 부추긴다. 이 점에서 사회의 변화는 성공적이라 볼 수도 있겠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메디컬 그룹도 현재 70%가 50세 미만이다. 51세에서 60세 사이는 23%이니 겨우 7%만 61세 이상인 셈이다. 도대체 60세 이상의 의사들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조기은퇴를 한 것인가?

나도 그동안 나름대로 은퇴 프로그램 준비를 해 온 덕분에 스스로 은퇴의 문을 나설 것이다. 물론 그 후에도 다른 형태의 전문의의 삶은 계속해 갈 것이다. 나도 세뇌가 됐는지 그 때가 은근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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