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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포옹(抱擁) -강연호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껴안는다는 것은
껴안긴다는 뜻
선후가 없고
피아가 없고
주종이 없고
인과가 없고
좌우가 없고
시발이 없어서


단순하다

선후를 가리고
피아를 나누고
주종을 정하고
인과를 논하고
좌우를 가르고
시말을 따지면
복잡해서
껴안을 수 없고
껴안길 수 없다

언제쯤 너는
단순해질래?

'도량이 넓어서 남의 잘못을 싸 덮어주고 휩싸서 내게로 들임, 그렇게 품에 껴안옴‘이 포옹이다. 포옹, 둘이만 할 수 있는 일, 생각이 같다는 뜻이다. 서로를 좋아한다는, 반대가 없는 순간이다. 하늘과 땅은 서로를, 바다는 둘 다를 포옹한다. 물과 공기는 우주를 포옹하고, 해 달 바람은 세상을 영원히 포옹한다. 누구나 바라기는 오래오래 그리하자는 순간의 맹세다.

그러나 속에는 칼을 숨기고도 때로 포옹한다. 그게 인간이고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의 포옹이다. 문학은 모두를 포옹하자는데 그러나, 시인은 그리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너무 진실 해선지도 모른다. 마음으로 미워하진 않아도 포옹까지는 아니 한다. 그래서 시인은 정치인이 될 수 없고, 정치도 못한다. 언젠가 박대통령이 자신의 은사를 정치무대에 끌어들인 일이 있다. 국회의장까지 지냈던 이효상시인이 그다. 김춘수와 또 한분의 시인 의원도 있었다.

의정단상에서 회중을 가라앉히기 위해 시를 낭송했던 이효상, 그가 얼마나 박통의 정치에 시심을 담았고 또 기여했었는지 잡히는 기억이 없다. 19대 의원이 된 도종환, 그가 어떻게, 어떤 포옹으로 정치를 할지가 자못 궁금하다. 그렇다고 그의 시를 교과서에서 뺄 필요까지는 없을터. 너와 나의 포옹은 어떤가. 우리 또한 포옹의 이유를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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