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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철각소년의 '희망 투구' 11년 후

부소현/JTBC LA특파원

2001년 4월 5일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 철각다리를 한 소년이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주인공은 한국인 입양아 애덤 킹.

선천성 장애로 두 다리를 절단하고 티타늄 다리로 당당히 세상에 선 9살 소년의 모습은 온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매스컴은 이날 애덤이 던진 것은 공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했다.

애덤이 궁금했다. 11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를 통해 다시 한 번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애덤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페이스북에 이름을 치니 웬 훈남 사진이 뜬다. 애덤이다.



페북 친구 신청을 하고 인터뷰 요청 메시지를 보내니 바로 좋다는 답이 왔다. 며칠 뒤 LA에서 두시간 정도 떨어진 모레노밸리에 있는 애덤 집을 찾았다.

어느새 20살이 된 애덤은 어엿한 대학생이 돼 있었다. 키도 훌쩍 컸다. 티타늄 다리는 팔길이에 맞춰 1년에 한번씩 새로 만든다고 한다. 어릴 때는 다리에 포케몬 같은 만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좋아했는데 올해는 쿨~하게 해골그림을 골랐다며 웃는다.

킹 부부는 16년전 애덤을 입양했다. 어머니 도나 킹은 애덤을 보자마자 내 아들 삼아야지 했단다. 애덤은 무릎 밑 다리가 하늘로 솟고 손가락이 붙어 있는 선천적인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입양기관에서도 손도 쓰지 못하고 있던 애덤을 입양한 킹 부부는 특별한 아들에게 온 정성을 쏟아 부었다. 몇차례 대수술을 거친 애덤은 티타늄 다리의 소년으로 다시 태어났다.

어머니 도나 킹에게 애덤이 어릴 때 많이 아파 힘들었겠다고 물으니 애덤은 아픈 아이가 아니었다고 정색을 했다.

누구보다 활발하고 수다스러웠다며 애덤은 남들에 비해 불편한 몸을 가지고 있었을 뿐 환자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애덤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은 몇 곱절 더 행복했고 축복받았다며 아들 머리를 쓰다듬는다.

애덤의 아버지 밥 킹과 어머니 도나는 친자녀가 있음에도 4명의 한국 아이를 포함해 8명의 아이를 입양했다. 그중 6명은 장애가 심각하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아프면 힘들 텐데 애덤의 집은 신기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애덤의 여동생은 옆에서 거들지 않으면 움직일 수 조차 없는 중증 장애인이지만 딸에게 점심을 먹여주는 어머니의 얼굴에 불편한 모습은 전혀 없었다.

애덤의 아버지 밥 킹은 "우리 아이들은 특별한 장애가 있지만 내눈에는 그냥 아이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머니 도나 킹은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아이들을 맞으면 그들과 함께하고 사랑하는 것은 정말 쉽다"고 행복한 가정의 비결을 전했다.

스위스 출신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행불행은 조건이 아니다.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불행해 나는 행복해 우리는 이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행복은 내가 행복을 선택할 것이냐 불행을 선택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애덤의 머리맡에는 아직도 11년전 시구를 했던 야구공이 놓여있다. 다시 한국 야구장에 설 기회가 생긴다면 자신이 쓰러지지 않고 잘 서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단다. 애덤은 행복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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