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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소변기와 화강암 그리고 올림픽

김석하/특집팀 에디터

#. LA카운티 미술관의 화제작 '공중에 뜬 돌'(마이클 하이저)은 사기다. 이름에서 불러일으킨 경외심 어린 호기심은 실체를 보자마자 무너졌다.

'떠있긴 그냥 콘크리트 벽에 올려져 있네.' '340톤 화강암이 이렇게 작나?' 터널 식으로 밑에 길을 내 걷게 한 '의도적 체험' 전시 형태는 과학관에 온 느낌이다. 돌 밑을 지나며 중력 등 얄팍한 물리학 지식이 떠올랐지 특별함이나 가슴을 철퍼덕 치는 감동은 없었다.

1917년 뉴욕 그랜드센트럴 갤러리에 갔던 관람객들은 더 황당했다. 남성용 소변기를 거꾸로 올려놓은 것이 버젓이 전시 작품으로 나왔다. 제목은 '샘(fountain:마르셀 뒤샹)'. 공중에 뜬 돌은 운송 해프닝.설치 과정 등 나름 스토리라도 있다. 하지만 동네 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소변기는 도대체 뭔가.

그런데 이 뒤집힌 소변기가 예술사를 확 뒤엎었다. 현대 예술로의 혁명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고 백남준이 '예술은 사기다'라고 한 말은 두 작가의 의도를 관통한다. 다름 아닌 '선택'이다. 그 전까지 예술품은 예술가가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뒤샹은 있어왔던 것을 다르게 선택했고 하이저는 그 정신을 이어갔다. 우리가 사기당한 기분이 드는 것은 '있어 왔던(별거 아닌)' 것이 새로운 이름의 그 무언가(예술품)로 탈바꿈됐기 때문이다. 도발적 선택은 가능성의 확장이다.



#. 저녁 술자리가 복잡해졌다. 예전 같으면 '여기 소주요'로 끝날 주문이 요즘엔 브랜드 이름까지 일일이 대야 한다. 인기주인 '소맥'을 시키려면 소주는 이것 맥주는 저것이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미국에 처음 와서 레스토랑에 가면 가장 곤혹스럽다. 뭐 이렇게 물어보는 게 많은가. 선택은 다양성을 확보하고 자유를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선택할 것이 많을수록 행복하다고 여긴다. 과연 그런가. 무한대에 가까운 선택 조건이 주어진 현대인은 되레 우울하다. 선택이 불안과 걱정 후회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해 왔던' 것을 그냥 그대로 했으면 한다. 많은 선택은 자유를 제한한다.

#. 올림픽 금메달은 도금한 것이다. 은메달 표면에 고작 6g의 금을 입혔다. 그 새털 같은 무게는 천국과 지옥을 가른다. 금.은.동의 메달 색깔 순위대로 선수는 행복한가.

아니다. 대부분은 동메달을 딴 선수가 은메달 선수보다 더 행복하다. 은메달리스트를 짓누르는 감정은 후회다. "손가락을 조금만 더 뻗었다면." 반면 동메달리스트는 "어휴 큰 일 날 뻔 했네"라며 빈손이 안 된 것을 감사한다. 간발의 차이일수록 '아깝다'와 '다행이다'의 강도는 세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대부분은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 목표한다는 것은 '선택했다'는 뜻이다. 누구나 다 원하는 것을 나도 선택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선택은 대안의 집합체다.

#. '반사실적 상상력'이라는 것이 있다. 객관적 사실을 떠난 상상력이다. 언급한 대로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이었다면'이라고 상향적(up) 상상력을 하게 된다. 동메달리스트는 '노메달이었다면 끔찍해'하고 하향적(down) 상상력을 한다. 인간의 행.불행은 반사실적 상상력을 내게 어떻게 적용하느냐다. 흔히 하는 말로 나보다 잘난 사람의 영광을 생각하는 것과 나보다 못한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올림픽의 교훈은 은메달과 동메달의 '선택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다. 삶은 선택의 하루하루다. 과감한 선택과 간추린 선택 대안이 풍부한 선택 그리고 아래로 향하는 선택을 하면 당신은 금메달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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