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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10대 소녀의 상상임신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큼직한 키의 잘 생긴 히스패닉 여고생이 부모와 함께 찾아왔다. 소녀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두 달 동안 월경이 그치고 모든 임신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주치의는 임신이 아니래요. 그런데 왜 젖꼭지 색깔이랑 모양이 변하고 새벽이면 토악질을 할 듯이 목이 이상해질까요?"

"성경험이 있니?" 하는 나의 질문에 소녀는 "전혀 없어요. 그냥 남자 친구랑 키스를 하고 진한 애무만 했어요. 걱정이 되어 잠도 안 오고 죽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옆에서 그녀의 어머니도 거든다. "얘는 공부도 잘하고 집안 일도 잘 도와주는 착한 딸이랍니다. 거짓말 할 아이가 절대로 아니에요."

"지금 따님은 심한 정신적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듯 합니다. 주치의가 시행한 소변 검사에서 세 번 다 음성이었다니 아마 따님은 '가상임신'이라는 정신적 질환인 듯합니다."



"그렇다면 제 딸이 정신병 환자라는 말인가요?"

"따님의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월경이 갑자기 끊어지고 기미가 끼고 유두의 색깔이나 모양도 변한 것 같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해 두는 경우 배가 불러오기도 하지요."

"그럼 어떻게 합니까?" "우선 따님을 마음 편하게 받아주시고 죄의식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용기를 주십시오. 본인의 현실을 구별 못하는 정신증이니 자해를 하거나 자살 기도 등의 충동적 행동도 가능한 위험 상태입니다. 당장 입원할 필요는 없지만 항정신제 약품으로 수면과 식욕을 돕고 망상적 사고로부터 구해 주어야 합니다."

이 말에 소녀는 펄쩍 뛰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부모도 어림없다는 듯 입술을 악물었다. 한인 부모들을 포함해서 많은 이민자 부모들이 보이는 '무조건 정신과 약물 거부' 현상이다.

과거에 몇 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항우울제나 항정신제 등을 과도로 사용한 예는 있다. 그래서 가끔 사이비 종교 단체들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어떤 언론 매체들은 '정신과 약물 남용'에 대한 몇 명 전문가의 말만 대서특필하고 반대되는 입장은 잘 보도하지 않았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에 불균형이 오면 이것은 환자의 죄도 하느님의 벌도 아니다. 그런 유전 인자를 갖고 태어났으니 영양 운동 체중조절로 치료가 안되면 인슐린 주사나 약물 복용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눈이 멀거나 발가락을 자르게 되는 합병증이 온다. 췌장과 마찬가지로 두뇌도 우리 몸 안의 장기 중 하나다. 이 장기에 화학 물질의 불균형이 왔고 게다가 위험한 정신증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현실로 믿고 있으니 당장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

항정신제는 두뇌 화학 물질의 균형을 잡아주고 빠른 시간에 망상이나 이상 감각을 없애 줄 수 있다. (소녀는 자신의 배 안에서 누군가가 발길질을 한다고 손으로 가리켰다.)

"그럼 정신과 약을 먹으면 초음파 검사를 해 줄건가요?" "먼저 적어도 한 달 동안 카운슬러와 계속 상담하고 약물 복용을 중단하지 않아야 합니다. 가능한 한 운동이나 친구와의 만남으로 바쁜 하루 하루를 보내게 하십시오. 이것이 심리적 신체적 환경적인 종합치료입니다. 청소년기는 성인으로 가는 외롭고 겁나는 과정입니다. 부모가 이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해주고 때때로 박수로 응원도 해준다면 분명 따님은 훌륭한 여성으로 성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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