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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총기난사 이후 영화관 풍경

이재희/특별취재팀 차장

날벼락이었다. 지난 20일 콜로라도 오로라에서 배트맨 영화 시리즈 3편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 중 24살의 제임스 홈스가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죽고 58명이 다쳤다. 영화 속 장면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총기난사 참사 다음날 당직근무를 서야하는 기자에게는 영화관 표정을 취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주말에 열리는 행사가 없어 편하게 근무하나 내심 기대했던 터라 현장 르포 지시에 사실 불만이 먼저 튀어나왔다.

숨지고 다친 피해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지만 내 일이 아닌 남의 일만 같았다. 영화제작사가 홍보 일정 및 TV 광고를 취소 또는 축소하고 영화관도 이벤트를 자제하고 검색을 강화하기로 했다지만 영화관 분위기가 평소와 많이 다를까 싶었다. 비슷한 모방범죄가 우려된다고 하지만 설마 그런 끔찍한 일이 또 일어날까 싶었고 영화를 기다려왔던 사람들은 여전히 영화관을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배트맨 시리즈 1 2편을 보지 않은 기자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물론 혼자 영화를 보러 가야하는 것도 싫었다. 한마디로 사건의 불똥을 애꿎은 기자가 맞은 것만 같았다.

21일 오후 할리우드에 있는 영화관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기자의 생각이 맞는 듯 했다. 관객은 많았고 검색은 커녕 소지품 검사도 없었다. 보안 강화를 위해 안전요원이나 경비원을 늘렸다고 하지만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영화관 분위기는 주말답게 활기차면서도 평소처럼 평온했다.



하지만 총기난사 참사와 영화는 전혀 상관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영화를 보면서 조금씩 사라졌다. '총기난사 참사와 영화는 별개'라고 여겼던 생각이 안일했다는 것을 점점 깨닫기 시작했다. 피가 흥건한 잔인한 장면은 없었지만 찢어질 듯 실제 같은 효과음과 함께 스크린에 나오는 총격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긴장이 됐다.

설마 총기난사가 또 벌어지겠어 했지만 출구쪽 통로 옆 단독 좌석에 앉은 것이 너무 노출된 것 같았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내 자리가 쉽게 표적이 될 것 같아 불안했다. 영화 내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사람들이 영화 중간중간 일어나기라도 하면 얼굴과 손을 확인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면서야 안심이 됐다. 나오는 길에는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보안요원과 사설 경비원들이 눈이 들어왔다. 사설 경비원은 영화관 입구에서부터 주차장 엘리베이터까지 3명이나 순찰하고 있었다. '총기난사 여파가 있구나. 속단해서는 안되겠구나' 싶었다.

총기난사 사건 이후 영화를 따라하는 모방범죄가 도마에 올랐다. 이번 참사의 가해자인 제임스 홈스도 자신을 '조커(배트맨의 적)'라고 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의 영향을 받았고 현실에 처참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안 그래도 세상은 너무 각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영화는 속 처참한 내용은 설사 그 내용이 현실과 맞닿아 있다 해도 영화 안에만 머물러 있길 바랄 뿐이다.

하기 전엔 싫었지만 하고 나서 느낀 것이 많은 취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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