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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총은 미국의 DNA다

[LA중앙일보] 발행 2012/07/30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7/29 17:28

안유회 편집국 코디네이터

모든 시민들이 동시에 총을 내려놓지 않는 한 공포의 균형은 계속될 것

오래 전 LA에 도착했을 때다. 공항에 마중나온 선배는 나를 차에 태우고 프리웨이로 진입했다. 신체리듬이 깨졌을 때의 혼몽한 상태에서 햇빛이 부서지는 프리웨이를 고속 질주했기 때문일까. 불쑥 황당한 생각이 스쳤다. '이 많은 차와 잘 뚫린 길 개인 소유의 무수한 총기가 결합해 게릴라전을 펼친다면 압도적 힘을 가졌다 해도 이곳을 지배하기 힘들겠다.' 처음 발을 디딘 곳에서의 첫 생각이 뭐 이래 하며 곧 잡념을 떨쳐버렸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LA(혹은 미국)의 첫 인상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총기 소유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읽고서야 그때 그 생각이 아주 황당한 것만은 아님을 알았다. 수정헌법 2조는 이렇다. "규율 있는 민병은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주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엔 전쟁상황도 포함될 것이다. 곧바로 이어지는 수정헌법 3조다. "평화시에 군대는 어떠한 주택에도 그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는 숙영할 수 없다. 전시에서도 법률이 정하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숙영할 수 없다." 게릴라전 생각이 꼭 잡념만은 아니었다.

수정헌법 2조가 비준된 게 1791년이다. 미국은 군대와 경찰이 조직되고 건국된 게 아니다. 법이 생기고 행정조직이 갖춰지기 전에 개인이 무장하고 나를 지켰다. 이런 개인이 모여 시와 카운티 주를 지켰다. 광활한 땅을 개척하던 당시 어떤 행정력이 개인을 지켜줬겠는가. 총기 소유는 주의 안전 이전에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필수품이었다. 보안관은 멀고 총은 가깝다. 총기는 미국의 DNA에 들어있다.

연방대법원은 1939년 수정헌법 2조와 관련해 이렇게 판시한다. "이러한 무기가 통상적인 군용 무기의 일부이거나 이러한 무기의 사용이 방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사법적 판단의 범위 밖이다… 그러한 군사력을 유지 또는 향상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정헌법 2조가 제정되었다. 2조는 그러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해석되어야 한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개인의 무장이 군사력 유지와 향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법원 판시는 이것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정헌법 2조에 어떤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어 보인다.

남은 것은 총기의 판매와 소유에 대한 부분적인 제한뿐이다. 총기난사가 발생하면 항상 총기허용 반대 여론이 일다가 사그라든다. 총기 소유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잠시 일고 총기협회의 막강한 로비력이 언급되다 잠잠해진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총기허용 범위를 좁히는 것인데 이마저도 실현되기 쉽지 않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상영관 총기난사 사건에도 지난 26일 시카고에서는 총기 허용자 범위가 오히려 확대됐다. 경범죄 처벌을 받은 시민에게 총기 허가증 발급을 금지한 조례가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이들도 5년이 지나면 총기 소유가 가능해졌다.

이번 영화관 난사의 경우는 반대여론이나 논쟁이 예전보다 미지근했다. 영화가 게임이 총기 난사를 부추긴다는 전형적인 비판도 많지 않았다.

남은 것은 공포의 균형이다. 서로 총을 가지면 쉽게 총을 뽑지 못한다. 총기 사건이 일어났을때 사람들이 총을 사는 것은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싶어서다. 이건 폭동 이후 한인들도 겪었던 바다. 공권력을 제외한 모든 시민이 동시에 총을 내려놓지 않는 한 공포의 균형은 계속될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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