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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랭캐스터의 시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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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중앙일보] 발행 2012/08/01 미주판 15면 입력 2012/07/31 19:42

이은미/미드웨스트대 TESOL 교수

그 곳에 가면 긴 빨래 줄에 소박하고 무늬 없는 옷들이 바람에 날린다. 장식 없는 마차에 무늬 없는 긴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앉아 느릿느릿 말을 몰고 지나가고, 그 앞뒤로 자동차들이 조심스럽게 비켜 간다. 밀짚 모자를 쓴 남자들은 긴 바지와 긴 옷소매 차림으로 여름의 태양 아래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고, 흰 모자로 머리를 가린 여인들은 맨발로 앞마당의 닭과 개와 아이들을 돌본다.

이곳 사람들은 아침에 동이 틀 때부터 저녁에 해가 질 때까지 일을 한다. 전기를 쓰지 않아 여름에도 선풍기 바람도 없지만 이들은 도통 더위를 모르는 듯 하다. 빨래가 바람에 마르는 것을 보면, 이 곳에만 유독 선선한 바람이 부는지도 모르겠다.

이들에게는 따로 예배당이 없다. 이들은 신자들의 집에 모여서 예배를 드린다.

이들이 예배를 볼 때면 찬송가를 부르지만 아무도 악기 연주를 하지는 않는다. 악기 연주하는 사람이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을 이들은 원치 않는다.

이 마을 아이들도 보통 사람들처럼 야구경기나 다른 스포츠를 하며 놀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도 득점 수를 헤아려, 어느 팀이 이겼는지 셈하지 않는다.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판단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곳의 오래된 묘지에 서있는 묘비들은 누구의 것이 두드러지게 크지도, 작지도 않고 모두 고만고만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들은 살아있는 동안에도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죽은 이후에도 서로 사이좋은 형제나 이웃으로 남기를 원하는 것 같다.

이 곳 사람들의 집에는 거울이 없다. 아무도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 마을 사람들은 사진을 찍거나 초상화를 남기지도 않는다. 하느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사람의 얼굴에 신성이 깃들었으니 그 신성을 함부로 사진이나 그림에 남기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마을 특산품으로 만들어내는 인형에도 얼굴이 없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지만, 이 사람들은 두 가지의 언어를 익힌 후에 영어를 익힌다. 영어는 영어 사용자들과 소통하거나 거래를 할 때만 사용하고 마을 사람들끼리는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들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텔레비전을 보지도 않으며 인터넷이나 컴퓨터, 스마트 폰도 이들과는 상관이 없는 도구들이다. 물론 자동차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마차가 있으므로. 마을의 다른 사람들의 차고에 자동차가 한 두 대 있는데, 이들의 집 차고에는 마차가 한 두 대 있다. 이들이 사는 마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들은 펜실베니아주의 랭캐스터 카운티와 그 인근 농촌지역 여기 저기에 섞여서 살아 갈 뿐이다.

주변의 보통 미국 농업지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고, 소나 양의 젖을 짜서 유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목공소를 차려 가구나 목공제품들을 생산하여 판매한다. 여자들이 바느질로 만들어내는 퀼트는 미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독보적인 분야가 되었다. 그러니 남자, 여자 모두 동틀 무렵부터 해질녘까지 부지런히 일하여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먹고 사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길에서 스치거나 밭에서 일하는 이들을 지켜보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개 홀쭉한 몸매이다. 통계에 의하면 이들에게서 발생하는 각종 질환이 다른 일반 미국 성인들이 겪는 질환의 절반도 되지 않는 비율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청소년들은 때가 되면 속세의 일반 사람들이 누리는 것을 누릴 기회를 갖는다. 인터넷도 핸드폰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속세 사람들처럼 살아갈지 아니면 고향 사람들처럼 살아갈지 결정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선택하는 시간이 왔을 때 99 퍼센트의 사람들이 고향 사람들처럼 살아갈 것을 자발적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들을 일컬어 ‘아미시(Amish)’라고 부른다. 이들은 스위스에서 발생한 개신교 종파의 후예들로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미국 여러 주에 분포하여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에 가면, 자동차들 사이로 느릿느릿 말이 끄는 수레가 지나가고, 갑자기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삶이 고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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