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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안부 명칭에 대한 불편한 진실

구혜영/사회팀 기자

사건의 발단(?)은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그의 입을 빌어 나온 위안부 용어 변경문제는 한동안 신문을 빼곡하게 채웠다. 어쩌면 일본 자민당 소속 의원들의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철거 요구나 일본대사관 수요집회보다 파급력이 셌다. 공교롭게도 연방하원 위안부결의안(HR121) 통과 5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86)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윤미향 대표가 LA를 찾았다.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25일 LA다운타운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그들을 만났다. 김 할머니와 윤 대표 가주한미포럼의 윤석원 대표는 일본 영사를 만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노력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 잘 전달하겠다'는 뻔한 대답을 듣고 온 3명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위안부 용어 변경이라는 민감한 질문이니만큼 조심스레 질문을 시도했지만 한 문장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정대협의 윤 대표에게 저지당했다. 주위는 어수선하게 변했다.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다며 다시 질문 시도. 이번엔 김 할머니가 "뭐가 그리 알고 싶으냐"라며 역정을 냈다. 설명을 시작했으나 그들은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한동안 타이밍을 탓하는 위로파와 무식한 질문이었다는 반대파의 의견을 듣고 서 있었다. 무엇보다도 할머니를 슬프게 했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아팠다.



다음날 다시 만난 정대협의 윤 대표에게 준비했던 질문을 했다. 그날은 마침 외교통상부가 일본군 위안부의 공식 영문명칭을 '일본 제국군을 위해 징집된 성적 노예 희생자'로 결정한 날이었다.

어제는 정신이 없었다는 말로 입을 뗀 윤 대표는 "외교부 명칭은 일본 제국군이란 단어가 포함돼 클린턴 국무장관의 '강요된 성노예'란 표현보다 더 확실하고 강하다"라며 "현재 정대협에서 사용하는 일본군 성노예란 영문명칭과 함께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폭스(FOX)뉴스의 전화 인터뷰중에 목멘 김 할머니의 음성이 간간이 들려왔다. 할머니의 답변 속엔 위안부도 성노예도 없었다. 두 단어 모두 할머니에겐 고통일 뿐. "잊고 싶은데 일본의 사죄도 없이 역사 속에 잊힐까봐 (위안부 피해) 증언할 수밖에 없다. 한.미정부가 나서서 도와 달라"라는 그의 말이 떨렸다.

위안부 영문명칭 변경은 타국민에 위안부 피해 역사를 알리고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였다. 실제로 많은 타인종이 영문명칭을 통해 비참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알게 됐다. 하지만 힐러리의 한 마디 전에도 한국 내 '성노예'란 영문명칭은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었다. 위안부와 성노예 정신대 등 용어를 놓고 논하는 사이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진행되고 있는 시위로 기록됐고 생존 피해 할머니는 234명 중 61명만 남았다.

지난 30일 글렌데일 시는 '위안부의 날'을 선포했다. 미국 내 위안부 피해 알리기는 기림비 설립 등과 함께 점점 퍼지고 있다. 죽기 전에 일본정부의 사죄를 꼭 듣고 싶다는 피해 할머니들의 염원이 모두의 귀에 잘 전달됐으면 한다. 위안부(Comfort Women) 문제는 절대 편안함(Comfort) 속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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