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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축구공이 둥근 까닭은…

김석하/특집팀 에디터

'설마 브라질까지 깨겠어?'라고 자조섞인 말은 하지만 내심 '혹시 몰라 누가 또 알아'라는 기대감이 꽉 차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와 지난 주말 축구 종가 영국을 이기고 나니 이젠 '못 먹을 고기가 없다'는 생각이다. 축구가 재미있는 이유 더 나가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축구는 '공'을 갖고 하는 경기다. 스포츠에는 여러 종목이 있지만 공을 갖고 하는 경기는 각별하다.

공은 기본적으로 회전하면서 방향을 잡고 움직인다. 회전운동과 직선운동이 겹치다 보니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매력이 있다. 공을 다루는 사람의 기량 차이가 있지만 공의 움직임 자체는 한 치 앞을 모르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재미가 숨어 있다.

이로 인해 (축구)경기는 수백 수천 번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상 동일한 경기는 없다. 역대 전적이 무의미한 이유다. 바로 이 점이 기대감을 높여 준다.



공은 자체가 움직임이다. 이 특성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누구에게나 가능성을 던져주고 누구에게나 희망적이라는 의미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구.원)을 좋아한다. 유아발달 심리학자인 판츠 박사는 생후 7일이 된 영아들이 어떤 도형을 좋아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직선이나 각이 진 모양보다는 둥글거나 곡선 모양에 더 시선을 둔다는 것을 밝혔다. 이것을 토대로 2살 전후 아이들을 실험한 결과도 흥미롭다. 아이들에게 사각형과 삼각형 그리고 공 모양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대부분 공 모양 선택)

진짜 실험은 다음이다. 사각형.삼각형을 고른 애들에게 그 도형을 건네받아 검은 판자 뒤로 잠깐 숨겼다. 그리고 곧바로 판자를 치운 뒤 '좀 전에 네가 고른 게 뭐냐'고 물었다. 엉뚱하게도 아이들은 공 모양을 집었다. 애초에 도형 선호도도 공이 높지만 도형 인지력(기억)도 다른 것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이다.

이처럼 도형의 개념이 확립 안 된 그 또래 아이들이 특정 도형을 선호한다는 것은 선천적으로 그 도형에 대한 정보가 이미 입력된 상태고 그것은 인간이 좋아할 만한(유익한)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공을 다루는 종목은 인간의 본능에 가장 부합하는 경기인 셈이다.

또한 공이 있는 경기는 '놀이'에 가장 가깝다. 논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누구와 함께'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다시 말해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공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든다. 공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있고 경쟁이 있다. 여러 명이 함께하는 경기다 보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간접 체험한다.

공격수가 돼서 골 맛도 보고 수비수가 돼서 아슬아슬한 위기를 막아내기도 한다. 감독으로서 작전을 짜기도 하고 심판이 돼 비겁한 선수에게 가차없이 옐로카드를 내밀기도 한다.

축구를 보며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말이 많은 이유다. 일개인 '내'가 이렇게 다양한 '확장자'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존재의 확장감은 행복의 근원이다.

특히 축구는 골이 많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감질난다. 그 애태움이 역설적으로 숨막히는 재미이고 한 골은 그 무엇보다 짜릿하고 통쾌하다.

혈전을 치른 태극전사들은 많이 지쳐있다. 브라질은 무서울 정도의 강팀이다. 누가 봐도 한국이 열세인 경기다.

다행히 태극전사에는 상대팀보다 한 명이 더 뛴다. 그 이름 투혼.

축구 공은 둥글다. 이번엔 어디로 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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