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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

이종호/논설위원

전국민 울린 효자 체조 선수
너구리 우동 먹고 싶다던 말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 일깨워


요즘 '그리스인 조르바'을 읽고 있다. 책 속에 인생사 모든 답이 있다고 믿는 젊은이와 그와는 반대로 진정한 삶의 지혜와 묘미는 실천과 경험에 있다고 확신하는 초로의 사내가 주고받는 명대사 명장면이 연신 무릎을 치게 하는 소설이다. 두 차례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 카잔차키스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런 말을 한다.

"행복을 느끼는 데 필요한 것은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이 전부다. 음식이 있고 마음 속에 평온함과 애정 평화가 깃들어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 주욱 밑줄을 그었다. 지난 주 떠나보낸 한 지인의 마지막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인이 끝까지 갈구했던 것들이 바로 이런 평범한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은 애잔하고 애통했다. 11개월여 암 투병 끝에 떠난 50세도 안된 젊은 사람이었다. "아빠 왜 이렇게 빨리 가시나요?" 앳된 딸의 애틋한 추모사에 조문객들은 오래도록 눈시울을 붉혔다. 문득 어느 묘비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나 어제 너와 같았고 너 내일 나와 같으리라.'

그런 자리에 설 때마다 인생을 배운다. 그리고 나를 다시 돌아본다. 해 뜨면 스러질 안개같은 인생 손가락 사이로 주르르 빠져나가는 모래알같은 인생. 그럼에도 무얼 그리 붙잡겠다고 아등바등하는지.

그래서일까. 모두들 눈을 감고 다짐한다. 헛되이 보내는 나의 오늘은 어제 세상 떠난 사람이 그렇게도 갈망했던 내일이었거늘. 더 열심히 살아야지. 더 사랑해야지. 더 나눠야지. 그리고 또 지그시 입술을 깨문다. 부질없는 것에 마음 두지 말자. 하루하루를 기뻐하자.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자.

그렇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금세 또 제자리다. 다잡았던 마음도 흔적 없이 달아나 버린다. 별것 아닌 것에 여전히 분을 내고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또 다시 움켜쥐려고만 한다. 그러고도 어제는 불만스럽고 오늘은 불평하며 내일은 불안해한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또 우리 모습인 것을.

런던올림픽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한 선수 한 선수의 환희와 좌절에 함께 웃고 함께 운다. 그들의 영광에 함께 환호하고 그들의 실패에 함께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또 인생을 배운다.

체조에서 처음으로 조국에 금메달을 안긴 양학선 선수의 뭉클한 이야기도 빼놓을 순 없다. 비닐하우스 단칸방 병들고 가난한 부모님 용돈을 모아 매달 부쳤던 효심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흘린 무수한 땀. 이 모든 스토리에 온 나라가 감동했다. 하지만 양 선수가 그리는 행복 역시 단순하고 소박했다.

"금메달 따서 부모님께 집 지어 드리고 싶어요." "엄마가 끓여준 너구리(즉석 우동 상표명)가 먹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행복은 늘 주관적이다. 상대적이다. 주지육림 산해진미에도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물 한 잔 거친 주먹밥 하나에도 눈물겨워 하는 사람이 있다. 최고 교향악단의 빛나는 연주도 소음인 사람이 있고 밤벌레의 소란스러운 울음소리도 천상의 화음으로 들리는 사람도 있다. 과연 나는 어느 쪽일까.

'그리스인 조르바'는 말한다. 포도주 한 잔 밤 한 톨 허름한 화덕과 바닷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우리라고 다를까. 따뜻한 커피 한 잔 다정한 사람과 마주한 허름한 한 끼 밥상에도 얼마든지 행복해 질 수가 있다.

그러려면 때론 멈춰서야 한다. 앞만 보고 내달릴 것이 아니라 옆도 보고 아래도 살피고 뒤도 돌아보아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한 일상은 그렇게 해야만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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