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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은행 턴 30대, 美부자 양부모 때문에…
미국 입양된 아이들, 다 시민권 받는 게 아니었다
[사건추적] 두 번 버림 받는 입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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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    기사입력 2012/08/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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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입양됐다가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김모(39)씨가 2일 오후 우리은행 개포동 지점에 흰색 가발을 쓰고 들어간 뒤 빼앗은 가스권총으로 돈을 달라며 은행원을 위협하고 있다. 김씨는 2000만원을 갖고 달아나다 붙잡혀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1974년 미국으로 입양 됐었다. [사진 수서경찰서]<br>
미국에 입양됐다가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김모(39)씨가 2일 오후 우리은행 개포동 지점에 흰색 가발을 쓰고 들어간 뒤 빼앗은 가스권총으로 돈을 달라며 은행원을 위협하고 있다. 김씨는 2000만원을 갖고 달아나다 붙잡혀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1974년 미국으로 입양 됐었다. [사진 수서경찰서]
지난 2일 서울 강남 개포동의 한 은행 지점에 흰색 머리 가발과 선글라스를 쓴 30대 남성이 들이닥쳤다. 가스 권총으로 직원들을 위협해 2000만원을 빼앗은 강도는 은행 앞에 서 있던 택시를 잡아탔다.

강도는 택시 기사에게 “고고(Go Go)”라고 소리를 질렀다. 택시기사는 차량 시동을 끄고 도망쳐 나왔다. 경찰은 택시 기사의 기지로 출동 2분 만에 강도를 붙잡았다.

검거된 강도 김모(39)씨는 1974년 10월 미국으로 입양됐다. 애리조나주에서 말 1000마리를 기르는 양부모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하지만 양부모가 사고로 숨지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양부모가 그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는 절차를 밟지 않아서 재산을 물려받지 못했다. 방황하던 김씨는 조직폭력배의 세계로 들어갔다. 2000년 마약과 폭력 혐의로 구속돼 교도소에서 7년을 지냈다.

그는 시민권이 없는 데다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2007년 한국에 온 그는 영어 학원 강사로 일을 하다가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대 1년간 교도소 생활을 했다. 지난달 10일 출소한 김씨는 범죄 경력 때문에 더 이상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김씨처럼 미국에 입양됐으나 시민권을 받지 못해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에서 버려진 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다시 버림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양부모가 해외에서 아이를 입양하면 법원에 출석해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쏟아지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시민권 취득 절차를 까다롭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일부 양부모는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해외입양연대 오명석 운영위원은 “미국에서 시민권을 받지 못한 입양인이 한 해 5~10명 정도 찾아와 도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해외입양인보호 민간단체인 ‘뿌리의 집’에는 미국에서 시민권이 없어 한국으로 추방된 사연들이 접수된다. 1978년 입양된 메튜 실러(34)는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미국에서 시민권이 없다고 외국 학생처럼 비싼 등록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부모는 나를 입양해 사회보장카드를 발급 받아 세금 혜택을 받는 데만 신경 썼다”며 “돈만 챙기고 시민권을 얻는 절차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와 동네에서 왕따를 당해 여덟 살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려 했다.

메튜는 “형제들과 같이 있을 때 내가 질문을 하면 아무도 대답을 안 하고 썰렁했다”며 “찬 벽에 얘기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77년 입양된 모모(38)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기숙군사학교로 보내졌다.

그는 “교도소 같은 분위기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말했다. 18세 때 양부모가 “이제 집에서 나가라”고 요구해 LA로 갔고, 거기서 5년간 노숙 생활을 했다고 한다. 뿌리의 집 김도현 원장은 “양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입양아들은 한국으로 추방된 이후에도 적응하지 못해 ‘국제 미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입양기관들의 지적에 따라 2001년부터 법을 개정해 입양아들이 시민권을 받는 절차를 간소화했다. 하지만 외교관이나 파견 군인이 한국에 거주하다가 고아를 데려오거나, 비공식적으로 입양됐을 경우에는 아직도 까다로운 시민권 발급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입양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해외 입양아 16만 명에 대해 시민권 취득 여부 등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이경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입양인을 불법 체류자와 똑같이 대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불이익을 받는 입양인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상·송지영 기자
양지호 인턴기자(서울대 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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