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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칙-필-에이 논쟁과 표현의 자유

원용석/사회팀 차장

미국이 '닭' 하나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이제 치킨 샌드위치 패스트푸드점 '칙-필-에이'가 동성 결혼식장에 케이터링하러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댄 캐시 칙-필-에이 회장이 얼마 전 애틀랜타의 한 라디오 방송국 인터뷰에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것은 미국이 하나님으로부터 분노를 재촉하고 있는 행위"라고 했으니 말이다.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결혼을 공개지지한 것을 염두해두고 한 말이었다.

동성결혼에 대해 하나님이 어느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는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지만 벌써부터 지지자들의 분노는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시카고와 보스턴 시장은 칙-필-에이가 도시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카고는 최근 '지구상 가장 위험한 도시'로 선정돼 입을 조심할만도 하지만 램 이매뉴얼 시장은 "칙-필-에이가 다른 곳에 가서 투자하길 바란다"는 거침없는 멘트를 날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칙-필-에이를 향해 나오고 있는 이러한 공격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동성결혼은 아직 대법원으로부터 합혼 판결을 받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동성애자를 싫어하는 것을 편견이라 할 수 있어도 동성결혼 반대를 편견이라 할 수는 없다. 캐시 회장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이 '결혼은 남자와 여자끼리만의 성스러운 행위'라고 믿고 있다.



꼭 종교를 가진 이들만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무신론자 중에서도 동성결혼은 생식을 못하는 등 자연섭리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는 이도 많다. 때문에 캐시 회장이 동성결혼이 잘못됐다는 믿음을 가졌다고 그의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행위는 옳지 못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동성결혼이 옳다고 믿는다면 그 믿음 자체는 역시 존중 받아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믿음에 위협적인 말을 함께 얹을 때 나타난다. 에드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그렇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칙-필-에이는 40마일 거리에 있다. 그들이 더 이상 가까이 오지 않기를 강력하게 권고하는 바이다."

'리 시장 지금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했습니까? 만약 칙-필-에이가 당신 집 근처에 체인점을 열면 어떻게 하실건데요? 지금 협박하는겁니까?'

리 시장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그의 트윗은 자신과 믿음이 다른 사람은 응징받아야 마땅하다는 소리로 밖에는 안 들린다. 흑인 목회자들도 동성결혼을 완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리 시장이 이들을 향해서도 '내 동네에 와서 쇼핑할 생각은 하지도 마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랬다간 정치생명이 끊어질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칙-필-에이 논란은 이매뉴얼과 리 시장 등 몇몇 극진보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역공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칙-필-에이' 열풍이 일었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지난 1일을 '칙-필-에이 감사의 날'이라고 선언했다. 그 덕에 칙-필-에이는 개업 이래 당일 최다판매 기록을 세웠다. 2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곳도 있었고 재고가 바닥나 문을 일찍 닫는 매장도 속출했다.

이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 "표현의 자유만큼은 건드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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