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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독도 방문과 '시끄러운 외교'

[LA중앙일보] 발행 2012/08/13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8/12 17:08

안유회 / 편집국 코디네이터

광복절 앞둔 파격 행보

국제 역학 잘 살피면서

일본 차후 공세 대비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독도에 갔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은 일본과 이렇다 할 외교적 갈등을 빚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밀실에서 처리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는 등 일본에 유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독도 방문은 지난 몇 년간 일본과의 외교 문맥으로 볼 때 갑작스런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독도에 머문 시간은 모두 1시간 10분 정도인 것으로 보도됐다. '1시간 10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조용한 외교'에서 '시끄러운 외교'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애썼다. 독도를 시끄럽게 만들어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독도 방문으로 조용한 외교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영토분쟁은 최근 아시아 외교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중국과 필리핀의 스카버러섬 분쟁 중국과 베트남의 파라셀제도 분쟁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제도 분쟁 등이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위기를 느낀 주변국들은 미국과 손을 잡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아예 센카쿠제도에 무인항공기 '글로벌 호크'를 띄워 감시활동에 나설 태세다. 필리핀과는 연합 해상군사훈련을 시작했다. 군사개입도 가능하다는 제스처다. 중국은 이를 중국 견제 전략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결국 영토분쟁은 당사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역학과 맞물려 있다.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최근 한인들이 시작한 위안부 기림비 세우기 운동이 시의회 차원의 일임에도 일본이 의원들까지 방문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미국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최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위안부가 아니라 '강제 성노예'라고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것은 기림비 운동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한인들의 풀뿌리 운동이 거둔 일대 개가이지만 일본의 입장에선 악몽일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원폭피해는 최대한 크게 떠들고 일본군 성노예 등 전쟁범죄는 망각에 묻어놓으려 애썼다. 특히 미국민에게 알려지는 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일본군 성노예는 나치의 유대인 박해와 쉽게 연결될 수 있다.

성노예 문제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웠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독도는 다르다. 우선 양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로 파악할 것이다. 또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강력한 미국의 우방인 탓에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 없을 것이다. 동해나 독도 표기에서 미국이 한 쪽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것과 같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본의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독도의 주권에 대해 어떤 입장도 없으며 한국과 일본 양국이 합의하는 어떤 결론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광복절을 앞두고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한 것은 국민 정서상 속 시원한 면이 있을 것이다. 반면 한편으론 독도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의 하나를 써버렸다. 또 한편으론 일본의 보수파와 우익의 반발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도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고 시끄러운 외교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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