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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동성애와 동성결혼은 다른 문제다

신승우 / OC총국 취재팀 차장

미국에는 수없이 많은 TV방송이 있다. 뉴스 드라마 스포츠 등 모든 종류의 방송이 나오는 종합편성 채널뿐만 아니라 어린이 종교 역사 등 한가지 분야로 특화된 채널들도 많다. 위성방송이나 케이블 방송을 가입하려고 살펴보면 채널의 수가 너무 많아 과연 모든 채널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물론 채널이 많은 만큼 '골라 보는 재미'도 무시할 수는 없다. 또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나오는 광고도 독특하고 기발한 것들도 많아 나름 재미를 더하고 있다. 최근에 본 광고 중에 기억에 남는 재밌는 장면이 있어 소개할까 한다.

얼룩무늬 소들이 나와 시청자들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는 광고인데 소들이 피켓을 들고 뭔가를 말하려고 한다. 자세히 보니 '닭고기를 더 먹어라(Eat More Chicken)'고 쓰여있다.

치킨 샌드위치 전문점 광고인데 닭을 등장시킨 것이 아니라 소를 등장시켜 시청자들에게 '우리를 먹지 말고 닭을 먹어 달라'는 눈물어린(?) 호소를 하는 것이다. 식당이나 음식 광고의 경우 보통 자사제품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맛있으니 먹어보라'는 식의 광고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역발상으로 만들어낸 광고가 참신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그런데 이 치킨 샌드위치 전문점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독교적 가정의 형태를 지지한다'고 발언했던 댄 캐시 사장이 운영하는 바로 칙필레이(Chick-fil-A)다. 명칭을 놓고 여러 다른 발음으로 표현되지만 치킨으로 만든 필레이(fillet.뼈를 발라내고 저민 살코기)란 뜻이 있기 때문에 불어로는 '필레'라고 발음되지만 한글로는 '칙필레이'로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캐시 사장의 발언 때문에 진보성향의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성적 소수자여서 사회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캐시 사장의 발언 때문에 자신들에 대한 시선이 더욱 차가워지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 두려움은 단체행동으로 이어졌다. 칙필레이 라구나 힐스 매장이 새로 문을 여는 날 현장을 찾아 불매운동을 펼쳤다.

그러자 그간 침묵하던 다수가 그들의 단체행동에 반응했다. 한 보수 정치인이 '우리를 대신해 전통적 가정의 가치를 강조해 준 칙필레이에게 감사를 전하자'며 구매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행사가 있었던 지난 1일 어바인과 터스틴 매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가득 들어찼다. 한인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일부 매장은 저녁시간이 한창인 8시에 이미 재료가 떨어져 문을 닫기도 했다.

한인 교계가 추진하던 '동성애 교육 반대 주인발의안'이 필요한 서명을 채우지 못해 실패하는 것을 보며 '이제 동성애는 물론 동성결혼도 대세구나'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들었었다. 하지만 칙필레이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며 아직 보수적 가정형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번 움직임을 통해 소위 기독교 보수라 불리는 사람들의 주장은 분명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동성애는 개인의 자유로 인정하지만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성결혼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동성애와 동성결혼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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