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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강남 스타일, 'B급 정서'의 당당함

[LA중앙일보] 발행 2012/08/15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8/14 17:35

김완신/논설실장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전세계 네티즌을 열광시키고 있다. 소속사에 따르면 싸이의 동영상이 '최근 한달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유튜브 차트'에서 13.14일 이틀간 1위에 올랐다. 음악을 포함한 유튜브 동영상 전체에서 기록한 1등이다.

이제는 한국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오빤 강남 스타일'을 외친다. '강남'이라는 지명이 생긴 이래 이렇게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세계인에게 강남을 알린 인물은 아마도 싸이일 것이다.

강남은 서울의 강남.서초.송파의 3개 구(區)를 지칭하지만 통상적으로 부유층이 많이 사는 강남구와 서초구만을 말하기도 한다. 대략적인 계산으로 강남구와 서초구의 면적은 남한 국토의 1000분 1에 못미치지만 그곳에 전국민의 2%가 거주하고 대부분이 부자들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강남처럼 부유층의 밀집도가 높은 지역은 없다. 미국만 해도 베벌리힐스가 부촌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베벌리힐스를 능가하는 부자 동네는 많다. 미국 어디에도 인구의 2%에 달하는 부자들이 모여사는 지역은 없다.

한국의 최상위 부유층이 좁은 땅에 몰려있는 곳이 강남이다. 당연히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주목과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만드는 문화의 총체가 바로 '강남 스타일'이다.

한국인들에게 은연 중 인식된 강남 스타일은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이다. 이런 점에서 싸이는 용모 노래 춤 어느 것도 강남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싸이는 '노래와 춤이 싸구려라는 느낌을 준다'는 질문에 자신이 추구하는 것은 'B급 정서'라고 답한다. 품위있고 고상한 것들을 버리고 '싸구려 정서'를 택했다는 것이다.

대중가요 '강남 스타일'에서 강남은 아무런 뜻도 없는 추임새 같다. 노래와 춤 어느 곳에서도 소위 말하는 강남 분위기는 없다. 대중문화 평론가들은 노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로 강남 스타일에 대한 패러티와 일탈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B급 정서를 숨기려하지 않는 당당함과 유쾌함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싸이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사에 숨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이런 질문에 그는 가사에는 풍자와 비꼼이 있어야 하지만 '강남 스타일'에는 없다며 이렇게 말한다.

"날씨는 덥고 경제는 엉망이다. 이런 때에 그저 재미있고 열정적인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그 이상은 없다."

대중문화의 이면에는 상위문화에 대한 열등감이 존재한다. 가수도 음악인으로 불리기 원하고 대중문화 생산자들도 작가와 선생님의 호칭을 선호한다. 'B급 문화'를 만들고 있어도 지향점은 종종 가식과 체면으로 포장되기도 하는 고상한 문화를 향한다. 이런 점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고급문화에 대한 통쾌한 반란이고 저급문화에 보내는 갈채처럼 느껴진다.

'강남 스타일'이 처음 발표됐을 때 우연히 들을 기회가 있었다. 노래가 '뜨기' 전이었지만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노래가 유행할 것이라는 전문가적 안목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래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일단은 요즘 나오는 노래 중에 '아주 드물게' 가사의 내용이 귀에 들어왔고 싸이의 말춤이 신나고 재밌었다.

그저 신나고 재밌다는 이유만으로 노래를 좋아하지만 꼼꼼이 생각해 봐도 결코 'B급 팬'은 아닌 것 같다. 'B급'을 감추려하지 않는 가수에게 B급 노래와 B급 팬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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