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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문화원장의 3년 6개월 성적표

이종호/논설위원

언론 보도라는 게 칭찬보다 비판 격려보다 질책일 때가 많다. 무슨 억하심정이나 나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다.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언론의 속성이자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한인언론은 그런 기회가 많지는 않다. 주류 사회와는 거리가 멀고 한인사회엔 감시해야 할 대상이 의외로 적어서이다. 한인회니 협회니 해서 이런 저런 기관.단체들이 있긴 하지만 비판의 깜냥조차 못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도 크다. 그러다보니 재외공관이나 대기업 지상사 은행 같은 곳이 필요 이상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곤 한다. 한국문화원도 그중의 하나다.

사실 문화원 하면 '문화'라는 단어의 뉘앙스 때문인지 문화원 본래의 역할과 기능은 모르면서도 뭔가 한마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화원은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원과 달리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는 공관이다. 그럼에도 한인사회가 주문하고 요구하는 것들 또한 의외로 많다. 그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고압적이다 무시한다' 등의 비난을 듣곤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뉴욕 LA를 거치면서 12년을 미국에 살았지만 총영사관이나 문화원 등 재외공관이 좋은 소리 듣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기관장들 또한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예가 드물었다. 그런 점에서 LA한국문화원의 최근 2~3년은 좀 예외였다. 언론 보도를 봐도 관련 인사들의 얘기를 들어도 비난보다는 칭찬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LA한국문화원 웹사이트(www.kccla.org)에 가보면 문화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얼핏 살펴도 공연.전시에서부터 강좌 문화교류 축제 한식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난 해 LA문화원 예산은 130만 달러 남짓이었다.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인력 또한 문화원장을 포함해 11명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1년 내내 쉴 새 없이 한국과 한국문화를 주류 사회에 알리는 행사들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의 열기를 살려 한국어학당을 문화원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경찰이나 교사 등 주류 사회 중심 직종에 있는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초대해 강좌를 열고 한국과 한인 커뮤니티를 알렸다. 일부 학교에서 태권도가 정식 체육과목으로 채택되도록 도왔고 일본이나 독일 등 타 커뮤니티와의 교류도 활발히 펼쳤다. 애리조나 유타 등 한국 문화를 접하기 힘든 지역을 찾아가 종합 문화행사를 개최한 것도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이런 일들의 중심에 김재원 원장이 있었다. 그는 3년 6개월 임기 동안 큰 소리 내지 않고서도 많은 일을 했다. 물론 잘한 것만 있지는 않았다. 때론 생색내기 성과주의 등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도 받았다. 어떤 행사는 정부 부처간 업무를 고려하지 않은 중복 사업이라는 비판도 들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모두 봐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지금 세계는 문화 콘텐트로 경쟁하는 시대다. 김성환 문화관광체육부 장관도 최근 본지 기고를 통해 감성과 교감으로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LA한국문화원이 보여준 활동은 재외공관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될 같다.

내일이면 김재원 원장의 임기가 끝난다. 뚝심과 추진력으로 해외 문화원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했다는 것이 그에 대한 한인사회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제 그의 뒤를 이을 새 문화원장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김영산 예술정책관이 내정돼 있다. 그는 개방형 직위제도가 도입된 후 선임된 첫 문화원장이다. 그만큼 안팎의 기대도 크다. 그 역시 적절한 처신과 뚜렷한 소신으로 칭찬받는 문화원장의 전통을 이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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