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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뉴스] 박근혜, 소통을 절제하라

김석하/특집팀 에디터

#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 후보가 됐다. 최저 투표율(41%) 속에서 최다 득표율(84%). 조기에 구축된 '대세론'이 분명 흥행몰이에 걸림돌이 됐다.

LA에서도 전당대회의 체감온도는 뚝 떨어졌다. 5년 전과는 다르다. 당시 이명박 후보에 불과 2000여 표 차이로 고배를 든 박근혜가 깨끗이 승복하겠다는 기사가 이슈가 된 것에 비하면 영 싱겁다. '大朴(대통령 박근혜)'을 기다리는 '好朴(박근혜를 좋아하는)' 한인들마저 조용하다. 출발선이기 때문에 그러리라 짐작되지만 대세론의 반작용은 그만큼 컸다. '일방적인 경선 결과가 대선 본선에서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게다가 정치 일정상 향후 한 달 동안은 야권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게 돼 있다.

# 요즘 유행어는 '소통'이다. 아무데나 들이대고 여기저기 써댄다. 소통이라는 단어가 마치 소통의 핵심이 된 셈이다.

권력자에게는 올가미가 되기도 한다.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찍히면 이후 모든 관계는 '불통'으로 귀결된다. 앞에 '고집' 하나 더 넣을까 걱정돼 몸을 사린다.



소통은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고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야 한다. 대화가 먼저고 소통은 따라오는 것이다. 문제는 첫 단추인 대화에 대한 개념이다. SNS시대가 되면서 입으로 손으로 엄청난 말을 매일 쏟아낸다. 대화가 넘치는 소통의 시대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진정한 대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초기 소통을 방해한다.

# 말을 주고받는다고 모두 대화는 아니다. 대화(dialogue)는 dia(two)와 logue(logos)의 합성어다. 두 가지 법칙이라는 뜻이다. 말하는 사람(A)과 듣는 사람(B)에게는 따로 법칙이 있다는 것이 대화의 전제다. A와 B는 성장 배경이 다를 수 밖에 없고 거기서 배운 언어 체계 또한 다르다. 40대에 미국에 온 1세와 태어난 2세 간에는 단순히 영어 이해.구사력만이 다른 게 아니다. 부부간에 대화를 자주 나누다 보면 상당 경우 다툼으로 악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NS에서 짧은 시간에 재빨리 주고받는 단문들은 한 가지 법칙(서로 좋은 것)에 따르는 것이고 그래서 대화라기보다는 잡담에 가깝다. 각자 엇갈리는 날카로운 언어의 법칙을 마모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게 대화다.

# 유행을 쫓다 보면 좀 싸게 뵌다. (나를)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따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최근 '멘붕(멘탈 붕괴)'이니 '강남 스타일(싸이 노래)'을 연설에 인용하는 것은 솔직히 소통과는 무관하다.

그걸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도한 변신은 역효과다. 차라리 올 초 한 TV프로에서 그는 소통했다. "(10.26 이후) 한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다 울고 가슴을 치는 장면이 나왔는데… (저 정도가 슬픈 건가) 난 슬프지 않았다." 덤덤한 말투 속에 그가 보였다.

박근혜는 역사적이고 개인적인 비극 속에서 언행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던 사람이다. 당연히 '얼음(냉정)' 같고 '수첩(차분)' 이미지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 그가 잡담을 대화로 인식하는 세태에 유행 같은 잡담으로 대처하는 것은 어색하다. 그보다는 특유의 진지함으로 서민층을 보듬고 깊은 대화로 비박계를 끌어 안아야 한다.

'박근혜 고갱이'를 버리고 소통이라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값싸게 전락하지 않았으면 한다. 박근혜는 '대박(大朴)'하려면 소통을 절제하라. 세상과 '적당한 불통'은 명품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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