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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식의 레포테인먼트] 79년만에 여성 받아들인 오거스타

"마사 버크도 옳고 후티 존슨도 맞다."

10년전 매스터스 토너먼트 개막 직전 주최측인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이 '금녀의 벽'을 고수하자 현장에서 데모를 벌이던 여성단체 버크 대표와 오거스타 존슨 회장 사이에 낀채 입장이 곤란하게 된 타이거 우즈(36)가 내뱉은 말이다.

오거스타의 '100% 남성 회원' 전통이 마침내 무너졌다.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은 20일 "전직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금융 자본가 달라 무어를 새 멤버로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골프장이 개장한지 무려 79년만이다.

16년전 애틀랜타 여름 올림픽 당시 대회 조직위원장을 역임한 빌리 페인 오거스타 회장은 "첫 여성회원인 두 사람에 대한 심사 과정은 예전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했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여성 차별 철폐를 주장해온 여성ㆍ진보 그룹의 압력에 굴복한 셈이다.



매스터스는 4대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 가운데▶가장 역사가 짧고▶일체의 광고를 불허하며▶가장 빠른 4월에 열리고▶가장 적은 100명 남짓의 선수만 출전하며▶항상 같은 장소에서만 열린다는 핸디캡에도 불구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벤트다.

2003년 현장에서 만난 최경주(44)는 "평생 수많은 코스를 경험했지만 선수 대우ㆍ분위기ㆍ갤러리 수준 등에서 단연 오거스타가 으뜸"이라고 극찬한바 있다. 오거스타는 대공황이던 1933년 세기의 골퍼로 불린 바비 존스와 월 스트리트의 자본가 클리포드 로버츠가 중심이 돼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여성은 물론 유색인종의 가입도 허용하지 않았다. 1990년에 이르러 론 타운센드 개닛 TV 회장이 첫 흑인 회원이 됐지만 "보이 스카웃에 여자회원도 들어가나?"라는 이유로 여성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침묵으로 지내왔다.

영원히 유지될 것 같던 '300명 전원 남성'의 성차별이 무너진 계기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매스터스 자체의 전통 때문이다.

단골 스폰서인 IBM의 최고 경영자(CEO)를 회원으로 자동 가입시켜온 오거스타는 지난 4월 버지니아 로메티가 여성 CEO란 이유로 불문율을 무시했다.

관례를 고집하다가 자가당착에 빠진 셈이다.

결국 매스터스 귀빈 환영행사에서 로메티 혼자만 회원이 착용하는 그린 재킷을 입지 못한채 등장하자 각종 시민단체와 뉴욕 타임스ㆍ월 스트리트 저널 등이 일제히 분노의 화살을 쏘아대며 엄청난 이미지 추락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여성 입회가 허용됐지만 자발적 의사가 아닌 외부 압박 때문에 마지못해 이뤄진 변화라 입맛이 씁쓸하다.

향후 초록색으로 상징되는 오거스타의 또다른 변신을 기대해 본다.

bo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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