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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야만인들의 여행법 -장석주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오늘도 오래된 옛날이다.
저녁들이 얼마나 오래된 태곳적의 것들인지를,
새들은 냄새 맞지 않아도 안다.
저녁의 맨 아랫단에 붙은 침묵은
닳고 달아서 끝이 나달나달한데,
우리는 저녁의 솔기를 붙잡고
아주 먼데서 오는 새로운 새벽을 바라보곤 했다.



해지는 벽에 기대어 저녁의 책들을 읽는 우리를
너희들은 야만인이라고 한다.
쐐기풀숲에서 날아오른 새들이 야만인들에게 경고한다.
저녁의 침묵에 또 다른 침묵을 얹지 마라!
저녁은 무게를 견디지 못해
어둠속으로 침몰할거야!

배고픔과 돌들을 배낭에 넣고 우리는 떠날 거야.
머뭇거림은 바로 야만인들의 낯익은 숙소,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숙소,
기다림이, 비행(卑行)이 우리를 망쳤으니, 우리는 떠난다,
저기로, 내일의 저녁이 잉태되는 곳으로,
사랑에 빠질 시간이 흐르는 그곳으로.

세상은 누군가 망쳐놓을 수 있지만 그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 우리는 끊임없이 묻습니다. 그것이 문학입니다. 야만으로부터 결별하기 위하여 우리는 늘 문학이란 땅을 향해 떠납니다. 상상의 먼 미래에서 돌아보는 우리들의 오늘은 오래된 옛날입니다. 저녁도 오래된 태곳적 것들이겠지요. 새들은 냄새 맞지 않아도 저녁의 맨 아랫단에 붙은 우리들의 침묵이 많이 닳아있음을 압니다. 우리는 그 저녁의 솔기를 붙잡고 먼데서 오는 새로운 저녁을 맞곤 합니다. 해지는 벽에 기대어 책을 읽는 우리에게 새들은 야만인이라 이릅니다. 그래, 새들 눈에는 시인들이 야만인으로 뵐지도 모릅니다. 날개도 없지만, 하늘을 날지도 못하면서 맨날 나는 꿈만 꾸니 측은하고 야만스럽게 뵈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우리에겐 시란 날개가 있답니다. 야만으로부터 결별하기 위하여 우리는 시를 씁니다. 그리고 늘 떠납니다. 저기 내일의 저녁이 다시 잉태되는 곳, 사랑에 빠질 시간이 흐르는 그곳으로. 우리는 시(詩)신 신고 늘 그렇게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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