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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정가의 허리케인 '카테고리5'

김완신/논설실장

한국과 미국이 '바람'으로 대란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는 태풍 '볼라벤'이 제주도와 서해안 일대를 강타해 25명 사상자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남겼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주 탬파를 거치며 더 강력해진 허리케인 '아이작'이 남동부 주로 북상하면서 위협하고 있다. 아이작이 예상대로 29일 이 지역에 상륙한다면 2005년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에 몰아친 날짜와 일치하게 된다.

아이작의 영향으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대선후보로 지명하려던 공화당 전당대회는 첫날인 27일 개회선언 직후 바로 휴회에 들어갔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롬니 흥행몰이'에 나서려던 공화당 관계자들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당황하는 모습이다. 특히 아이작은 7년전 악몽이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이동 경로와 시기가 비슷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열대성 저기압에 머물던 아이작이 28일 허리케인 카테고리1(등급1)로 격상됐다. 북대서양 등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의 최대풍속이 시속 74마일을 넘으면 허리케인으로 분류한다. 아이작의 격상으로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주 등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허리케인의 강도는 5단계로 나뉜다. 1971년 토목공학자 허버트 사피어와 국립허리케인센터의 밥 심슨이 공동으로 바람의 세기에 따라 가장 약한 카테고리1에서 최고 단계인 카테고리5까지의 등급을 만들었다. 카테고리1은 풍속이 시속 74~95마일로 가건물이나 부착물 등이 떨어져 나가는 정도의 강도다.



카테고리5는 풍속이 156마일 이상인 허리케인으로 웬만한 소형건물을 무너뜨리는 위력을 보인다. 1800명의 희생자와 수만명의 이재민을 가져왔던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에 상륙할 때는 힘이 약해져 카테고리3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등급5가 얼마나 엄청난 위력인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주었던 허리케인은 1900년 9월 8일 텍사스주의 멕시코만 연안 도시 갤버스턴에서 발생했다. 이틀간 갤버스턴에 몰아친 허리케인으로 주민의 5분의 1이 넘는 8000여명이 희생됐다. 당시 과학적인 관측법이 없어 어부들이 바다로 나가 구름과 바람을 보고 육지로 전하는 방식이 유일한 기상예보였다. 대피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아 희생은 커졌고 일부 학자들은 비공식 집계로 사망자를 1만2000명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때 불었던 허리케인이 카테고리4(시속 131~155마일)였다. 최근에는 우주항공국과 국립허리케인센터 등이 기상위성을 통해 허리케인의 경로를 예보하고 있지만 피해를 줄일 뿐 재앙을 막지는 못한다.

정치는 흔히 바람에 비유된다. 매년 8월이면 플로리다주는 기후 특성상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놓인다. 이를 알면서도 공화당이 전당대회 장소를 탬파로 정한 것은 어떤 '바람'을 원해서였을까.

플로리다주는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스윙스테이트다. 지난 2000년 이후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공화당이 기상의 악조건을 무릅쓰고 플로리다를 택했던 이유다. 정치적 계산 앞에서는 가공할 허리케인도 상관이 없다.

강풍과 폭우 속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결국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선레이스의 출발이다. 허리케인 아이작은 동남부 주들을 거치면서 세력이 약화되겠지만 백악관 입성을 위한 '정가의 허리케인'은 한동안 전국을 휘몰아칠 것이다. 카테고리5의 강풍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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