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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14살 딸의 조울증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아니 우리 딸이 조울증이라니요? 그럼 주의산만증이 있는지는 어떻게 아세요? 더구나 14살 짜리에게 정서 불안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걸핏하면 부모와 말다툼을 하고는 가출을 하는 딸을 데려온 아버지의 성난 항의다. 초등학교 때는 우수한 성적으로 부모를 자랑스럽게 만들던 딸이었으니 아버지의 분노도 이해가 간다. 중학교에 가면서부터 아이의 성적은 떨어지기 시작했단다. 그것도 마음에 맞지 않는 선생님의 과목은 D나 F로!

자신들의 청소년 시절 방황을 기억하는 중국인 엄마와 백인 아버지는 딸이 그럴 때마다 관련 서적을 읽고 선생님들과 상담도 했다. "가끔은 딴 생각에 빠져있다가 숙제를 안해 오고 금방 들은 것도 몇번 씩이나 다시 물어보곤 합니다. 주의산만증이 심한 듯하니 전문가를 찾아보세요."

부모는 선생님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소녀는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소아과 의사로부터 주의산만증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상태가 좋아지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호전되는 듯했다.



이 아이처럼 행동은 전혀 부산스럽지 않고 주의집중만이 어려운 경우는 여자 아이들에게 특히 많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대부분 사춘기 후에 일어난다는 점이다. 성장 호르몬이나 성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는 청소년기에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전두엽의 능력이 중요해진다. 전두엽을 일컬어 '중역 두뇌'라고 부르는 이유는 회사의 중역처럼 적절하게 계획하고 판단하고 정신을 집중하고 감정을 조절하여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행사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주의산만 및 행동항진증이라는 두뇌의 병은 바로 이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운동 TV시청 컴퓨터 놀이를 할 때는 도파민과 같은 전파 물질이 계속 다량으로 분비된다. 그러니 더욱 신이 나고 정신이 말똥말똥해진다. 배고픈 것도 피곤한 것도 잊어버린다. 3일간 비디오 게임을 하던 어느 한인 청년이 쓰러졌다는 기사는 그러니까 거짓이 아니다. 노름꾼의 눈빛이 밤을 새워도 초롱초롱한 것도 우리 몸 안의 뇌전파 물질의 힘(?)을 엿볼 수 있는 예이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전두엽에서 이런 물질 분비가 잘되지 않으니 아무리 마음을 다져먹어도 책상에 앉아 숙제하는 것이 지루하고 20~30분만 지나면 산만해진다. 당연히 학교 수업도 힘들어진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감정이 순탄하던 초등학교 때는 그런대로 공부를 잘하던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힘들어지는 이유이다.

여기까지는 소녀의 아버지도 이해를 했단다. 그런데 이제는 손목을 면도칼로 긋는 친구들을 사귀더니 팔목은 물론 넓적다리에까지 남자친구 이름을 칼로 새겨 넣고 새벽 두 세시까지 컴퓨터를 켜 놓고 아침이면 일어나지 못해 학교에 결석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아이를 어쩌지 못하는 부모에게 이제 남은 것은 사랑에서 오는 큰 분노와 실망뿐이었다.

"너무 낙심은 마세요. 지금은 감정뇌를 자극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마치 발정기의 동물처럼 힘든 사춘기이지만 점차 변할 겁니다. 왜냐하면 전두엽은 계속 성숙하며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테니까요."

일단 이렇게 부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보통 주의산만증을 가진 5명의 아이들 중에 한 명은 조울증으로 바뀐다고 한다. 우리 몸의 혹이 암으로 바뀌는 상황과 마찬가지로 주의산만증이 다른 더 심각한 상황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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