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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공자가 위대했던 3가지 이유

이종호/논설위원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논어(論語) 첫 구절이다. 논어를 다 읽지 않았어도 이 부분만은 익히 들어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논어에는 우리 삶에 경종을 울리는 말들이 무수히 많다.

헌문(憲問)편에 나오는 다음 구절도 그 중의 하나다. '옛날 학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채우기 위해 공부했다. 그러나 요즘은 남이 알아주길 바라는 공부만 한다(古之學者 爲己 今之學者 爲人)'. 사자성어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유래된 구절이다.

'위기지학'은 인격을 높이고 수양을 쌓는 내면 공부를 말한다. 이에 반해 '위인지학'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다. 요즘으로 치면 인문학과 실용 학문 쯤의 차이가 되겠다. 공자가 '위인지학'을 개탄하며 '위기지학'을 강조한 것을 보면 2500년 전 사람들도 돈과 권력 명예를 좇는 공부만 하려 들었던 모양이다.

한 평생 자신만 살피느라 남을 위해 좋은 일 한 번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은 열매 없는 과일나무와 같다. 또 남만 챙기느라 자신을 돌아보는 일엔 소홀한 사람 역시 적지 않다. 둘 다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부에도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자는 평생 제대로 된 벼슬은 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인류 역사상 어떤 사람보다 존경받는 인물이 됐다. 그 비결을 공자는 논어의 첫 세 구절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첫째 배우고 때로 익히는 데서 오는 기쁨(學而時習之 不亦悅乎)을 누리는 것이다. 다음은 뜻이 맞는 벗을 만나는 즐거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아야 한다. 이런 사람을 공자는 군자(人不知而不온 不亦君子乎)라고 정의했다. 과연!

지난 주말 어떤 지인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우리 한국 사람만큼 자녀 교육에 매달리는 민족은 없는 것 같아. 자식 교육이라면 만사를 제쳐 놓으면서도 정작 자신을 위한 공부는 너무 안 해."

스스로는 책 한 권 안 읽고 신문 한 줄 안 보면서 오로지 자식 공부 잘 시키는 것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하며 하는 소리였다. 맞는 말이다. 요즘 한국에선 자녀교육에 모든 걸 쏟아 붓느라 '에듀 푸어(Edu Poor:교육빈곤층)'로 전락한 부모가 너무 많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먹고 살기에 바빠 힘겨워 하면서도 자식 교육엔 그렇게 안달하는 이민사회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식 뒷바라지만 하다 대책 없이 노후를 맞는 것이 더 이상 미덕일 수는 없다. 그렇게 살다가는 자신을 위한 공부는 도대체 언제 하나. 메말라 가는 자신의 정서는 어떻게 적셔 보나. 들려오는 대답은 늘 비슷하다. "아이들 대학 보내고 나면 그 때 가서 생각해 봐야죠."

물론 그 때도 늦진 않았다. 그러나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젊은 날은 쉬 가고 배움은 이루기 어려운 법 한 순간의 짧은 시간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지니(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라는 시구도 있다. 주자(朱子)의 권학문 첫 구절이다. 이어지는 구절은 더 매섭다. '연못가 봄풀이 채 꿈을 깨기도 전에 앞뜰 오동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내거늘(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

나를 위한 공부다. 미룰 때가 아니다. 이왕이면 인문학이면 더 좋겠다. 나의 내면을 살찌우는 문학 역사 철학 같은…. 군자의 마음으로 '위기지학'의 즐거움을 누리겠다는데 남들이 좀 알아주지 않은들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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