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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웃으며 안녕'이 보고 싶다

염승은/경제팀 기자

얼마전 모 한인은행 A 전 행장이 자신이 설립한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서로 약속(혹은 계약)했다고 믿은 부분이 있었지만 그에 대한 이해가 달랐고 결국은 오해와 불신으로 이어져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된 경우였다. 소송의 발단이자 해결책이 된 것은 역시 '돈' 문제였고 결국 합의를 통해 소송은 취하됐다.

이들의 소송 이야기를 끄집어 낸 건 한인 경제계에 '신뢰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양측 모두 자신의 입장이 있고 할 말은 있겠지만 소송이 시작돼 합의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고 신뢰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인 회사에 몸담았던 직원들이 퇴사하는 걸 보면 기분좋게 '웃으며 안녕' 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은행들만 봐도 임기를 마치고 이사회의 진심어린 박수를 받으며 자리를 떠나는 행장을 찾기 어렵고 젊은 직원들도 별다른 마음의 부담 없이 경쟁 은행으로 옮겨간다. 사람 앞일이 어찌될지 모르는데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 낙인찍으며 기분 나쁘게 헤어져 좋을 게 뭐가 있을까.

다양한 원인으로 신뢰가 깨지겠지만 일을 하면서는 많은 경우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이유가 된다. 약속시간 지키는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 하기로 한 업무를 제때 마쳐 놓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내는 등의 약속 말이다. 약속은 지킬 것이라는 신뢰가 기반이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해서 항상 신뢰가 깨지는 것은 아니다.



약속이 깨지더라도 신뢰를 유지하려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과정과 모습도 있어야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진심 어린 사과도 필요하다. 약속보다 중요한 신뢰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인 경제권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얼마 전 가까운 한 은행원과 신뢰에 대한 한인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일을 시작할 때는 서로 신뢰하고 많은 약속을 만들어 내지만 결국 그 신뢰가 깨지는 건 이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그는 "누구나 약속을 못지킬 수 있고 신뢰가 있다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신뢰가 깨질 수밖에 없도록 뒤통수를 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약속을 하지만 꿍꿍이가 있고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보면 이미 그에 대한 대비를 해 놓은 경우도 있다. 이런 모습을 어렵지 않게 접하는 젊은 직원들이 자신이 몸담은 조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할까 돌이켜 볼 일이다.

잘 알고 지내던 누군가와 이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업무적으로 만난 사람이라면 그 시작 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계약이 끝나서일 수도 더 이상 서로가 필요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지만 '웃으면서' 이별하는 게 훗날을 도모하는 기본 아닐까.

'웃으며 안녕' 할 수 있는 신뢰는 이해가 걸린 고객과의 일만이 아니다. 직장 내에서 혹은 거래를 하면서 쌓게 되는 모두와 서로 믿고 거래하는 문화가 한인 사회에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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