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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조승희의 차이점 도대체 뭘까”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다룬 소설 ‘죽으면 소용없다’
작가 제이 캐스피언 강씨

‘죽으면 소용없다(The Dead Do Not Improve/Hogarth·Randon House 출판)’가 지난달 출간됐다. 소설은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을 다루고 있는 점이 화제가 됐다. 이 소설을 쓴 작가 제이 캐스피언 강(사진)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소설 속에서 강씨는 여러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사건을 보여준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형사 필립은 사건이 벌어졌던 그날, CNN 방송을 통해 버지니아텍에서 4명이 죽었다는 보도를 접한다. 곧 사망자 숫자가 점점 올라가고, 용의자가 ‘아시안 학생’인 것으로 밝혀지는 순간 필립은 속으로 ‘망했다’고 생각한다.

“너희 세대는 자기가 백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라지. 하지만 백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백인이 모두 다 빠져나갈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라 말만 더듬고 있잖아.” (책 내용 중 일부)

소설에서 필립은 엄마에게 미국을 떠나자고 울며 말하고, 어머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앞에서 보초를 서기도 한다. LA폭동 사건, 로드니 킹의 악몽 때문이었다.



-왜 조승희 사건을 다뤘는지.

“조승희에 관심이 많았다.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고, 부모님도 한국에서 왔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는 점마저도 같았다. 이렇게 공통점이 많은데 그럼 차이점이 뭘까 고민하게 됐다. 나는 왜 이런 길을 가고 있고, 그 사람은 그런 길을 가게 됐는지. 그래서 한(恨)이나 화병에 대해서, 억압된 분노와 한국 역사의 관계에 대해 공부했다. 이 사건이 한인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왜 지금까지도 입에 올리기가 조심스러운지도 관심이 있었다.”

-왜 조심스러운 것 같나.

“사회가 조승희 사건을 대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LA폭동이나 이런 조승희 사건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서로 안으로 더욱 뭉치고 바깥 사회와 자유롭게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조그만 나라에서 수백 년 동안 외세 침략을 당한 한국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사건 당일 어디 있었나.

“비행기에 있었다. LA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는데 4명, 7명, 15명, 33명…. 사망자가 점점 늘어나는 과정을 지켜봤다. 경악했다. 무서웠다. 아시안이라고 했을 때 왠지 한인일 것만 같았고, 이 사건 때문에 이후로도 오랜 시간 동안 속상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생후 2개월 때 미국에 온 강씨는 오리건, 보스턴, 노스캐롤라이나,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에서 살았다. 메인주에 있는 리버럴아트칼리지인 보도인(Bowdoin)칼리지를 졸업한 그는 이후 컬럼비아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현재는 스포츠와 팝컬처 소식을 다루는 웹사이트 ‘그랜트랜드(www.Grantland.com)’ 에디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소설 작업은 얼마나 걸렸나.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는 3년 반 정도 걸렸다. 하지만 내용 자체에 대한 연구나 책 읽는 작업은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해왔다. 코리안아메리칸들의 삶의 모습이나 독특한 문화, 이민 와서 어떻게 적응해가면서 사는 지 이런 모습을 많이 관찰했다. LA에서 작업할 때는 아침 6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바다에서 서핑을 하고 근처 커피숍에서 3~4시간 글 쓰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더 일하고 싶어도 그 이상 글을 쓰면 뇌가 힘들어하더라.” (웃음)

-본인 실제 삶과 연관된 내용인지.

“얼핏 보면 그럴 수 있다. 주인공도 글 쓰는 사람이고, 배경도 내가 살았던 샌프란시스코고 하니까. 하지만 주인공은 나의 실제 모습보다 더 남성적인 부분이 있고 삶에 대해 좀 더 희망적이다. 난 더 늙었고 더 지쳐 있다고나 할까. 하하. 소설 속 설정이나 환경이 비슷한 부분이 분명 있긴 하지만 실제 딱 맞아 떨어지는 부분은 없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가.

“어머니에게 한국 전래 동화나 한국인들의 정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이나 화병 같은 정서를 내가 감정적으로 공유하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도 굉장히 좋아하고 K-POP도 좋아하긴 하는데 무슨 말인지는 잘 못 알아듣겠다. 한국말은 알아듣지만 이건 어렵더라. 왠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리듬 때문인 것 같다. 그나마 어머니도 못 알아듣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 (웃음)

-책에 유머 코드를 많이 넣었다고.

“책이 재미있길 바랬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총기난사 사건처럼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다룰 때 재미있지 않으면 마냥 어두워진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질 수 있기 때문에 유머로 부드럽게 했다.”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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