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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아동 성폭행 범죄에 당황하는 한국

[LA중앙일보] 발행 2012/09/10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9/09 19:35

안유회/편집국 코디네이터

복잡 다단해진 사회 아동보호 시스템도 미국 제도 따라 올 듯
20년 쯤 전에 한 미국인의 서울 관광에 동행한 적이 있다. 도심을 걸어가는데 우리 앞으로 초등학생 쯤 돼 보이는 아이가 등에 맨 책가방을 팔랑거리며 뛰어갔다. 그 모양이 눈길을 끌었다. 이 아이는 혼자 그대로 버스 안으로 쏙 들어갔다. 미국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이 혼자 버스 타도 되나요?" 미국인은 아이 혼자 다니는 게 의아했고 난 그걸 묻는 게 의아했다.

'이대로' 시간이 더 지나면 한국에서도 '나 홀로 아이'가 의아해질 지도 모르겠다. 연일 들끓는 아동 성폭행 사건 때문이다. 아동 성폭행이 최근 들어 불쑥 발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일은 대개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있다. 가톨릭에선 사제의 미성년자 추행으로 곤욕을 치렀고 미국에선 잊을 만하면 교사의 미성년 학생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서 벌어지는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은 단속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이 아닌 이전과 다른 상황으로 가고 있는 징후가 보인다. 단순 우발 사건이 아닌 범죄유형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경찰청이 발표한 7~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 피해자 수를 보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2년 495건 2003년 492건 2004년 558건 2005년 584건으로 계속 늘었다. 이 수치는 2005년까지다. 아동 성폭행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터져나온 조두순 사건이 발생한 2008년 이후의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나이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는 9세였고 최근 나주 사건 피해자는 7세였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은 아직 아동 성폭행이 중대한 범죄유형에 이른 것은 아니어서 사회와 가정 국가 차원의 합의나 대처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두순 사건 때는 피해 어린이의 이름이 공개됐다. 올해 발생한 열 살 난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사건은 범인이 초등학교 운동장에 들어가 1시간 동안 배회하면 범행 대상을 물색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이 부분은 뒤에 법원이 서울시의 책임을 인정해 피해자와 가족에게 89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국은 이제 전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아동 납치와 성폭행으로 들끓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바쁠 것 같다. 성폭행범이 술에 취했다는 것을 참작해 준 데 대한 분노와 성폭행범의 형량이 낮은 데 대한 분노가 일고 있는 것은 새롭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증거다. 화학적 거세 물리적 거세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은 새로운 문제에 대한 해법 고민이다.

그리고 그 해법찾기 과정은 노골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다. 한 국회의원은 물리적 거세를 주장하면서 방송에서 "00만 제거하는 수술이다. 옛날에 내시를 만들 때 시행이 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2000년부터 시작한 학교 개방을 중단했다. 학교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담장을 허물고 정원을 만들던 작업을 포기하고 다시 담을 쌓기 시작했다.

잔혹한 아동 성폭행이 어떤 경향을 보이는 데 한국 사회는 당황하고 있다. 이 경향이 뚜렷해지면 어쩌면 한국도 미국처럼 될 지 모르겠다. 일정 나이 이하의 아이들이 성인 없이 혼자 있으면 아동학대가 되고 어른들이 일일이 아이들을 데려오고 데려가고 부모들의 중요한 일과의 하나가 아이들을 차에 태워주고 태워오는 시스템으로.

이미 한국의 학교 앞에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의 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한국도 여러 분야에서 복잡하고 다단한 사회가 됐다. 그와 함께 순진한 시대의 또 다른 한 켠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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