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자의 눈] 누구나 천사가 될 수 있다

구혜영/사회팀 기자

자원봉사. 매일 신문에서 찾을 수 있는 단어다. 수도 없이 썼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해본 적은 없다. 매번 취재에 나갈 때마다 강요 반 웃음 반인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만 늘 나중으로 미뤄왔다.

지난 5일 아름다운 가게(1762 Crenshaw Blvd.)가 LA에 문을 열었다.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해 불우이웃을 돕는 나눔단체다. 공식적인 개장 전부터 매장부지.도자기.옷가지 등 여러 물품이 모였고 PGA에서 활약하는 케빈 나 선수가 1만 달러와 자신의 골프용품을 기증했다. 초록색 옷을 맞춰 입은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도 보였다.

이날 만난 홍명희 아름다운 가게 이사장은 아니나 다를까 천사가 돼보지 않겠느냐며 동참을 권유했다. 이 세상에 나눌 수 없는 것은 없으며 기증.구매.활동을 통해 자신의 것을 나누는 이는 모두 천사라고. "구매라면 기꺼이…"란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기자분은 재능을 기증하시면 되겠네요.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도록 많이 퍼뜨려주세요"라고 몰아붙였다.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천사'나 '아름다움'이란 단어에 살짝 거부감이 일었다.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말일 뿐더러 어느 정도 해야 그 수식어를 거리낌없이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앤젤'이나 '뷰티풀'이었다면 부담이 덜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자원봉사와 어울리는 형용사를 찾아 헤맸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아름답다'보다 이를 더 잘 설명하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최근 한 달간 취재로 만난 사람들 중 단연 기억에 남는 이들이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무릎덮개를 선물하는 한미여성회 뜨개질 클럽과 LA한인타운 구석구석을 누비며 범죄예방수칙을 알리는 올림픽 경찰서 CARE팀 소속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수고가 누군가의 도움이 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노 생큐"란 차가운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손발을 움직인다. 어둑한 밤거리를 돌며 안전수칙을 알리는 박주성(83)씨는 "내가 조금 움직여서 우리 동네를 지킬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코바늘을 분주히 움직이는 강성희(64)씨는 "1년 전 항암치료로 문드러졌던 손톱이 지금은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해줄 무릎덮개를 만들고 있다"라며 기뻐했다. 이들의 평균나이는 어림잡아 70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말을 못들은 척 지나친 게 이제 와 저릿저릿하다.

어느 독자는 "8월의 더운 날 털실 무릎덮개 기사를 보고 있으니 괜히 더워진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독자는 "매년 보는 닳고 닳은 기사"라며 기사의 크기를 문제 삼았다.

예상했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썼다. 매년 보는 기사인데도 '하는 사람만 하는' 이 더운 날 주름진 손으로 털실을 매만지는 그 정성을 담고 싶었다. 그것은 마음만 먹고 행하지 않는 일종의 자기반성이기도 했고 스스로 던지는 물음이기도 했다. 지금보단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는 돈을 받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의 땀방울이 쓸모없기(Worthless) 때문이 아니라 값을 매길 수 없어서다(Priceless). 천사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우리 손에 달렸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