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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김완신/논설실장

지난해 리버사이드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핼로윈데이(10월 31일)를 앞두고 특별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리버사이드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 성추행 전과자들은 문 앞에 전등을 밝힐 수 없고 아이들이 사탕을 얻으러 왔을 때 응답하는 것을 금치하는 조치였다.

핼로윈데이는 아동 성추행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날 중의 하나다. 핼로윈데이에 전등을 켜면 아이들의 방문을 허락하는 뜻이기 때문에 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성추행 전과자들은 당일 오후 5시부터 오후 11시59분 사이에 불을 밝힐 경우 1000달러의 벌금과 최고 6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아동 성추행 사건이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아동 성추행범에 대한 벌칙이 약하다며 이를 강화하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아동 성추행 사건은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피해의 당사자가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들이고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추행의 기억이 평생을 두고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아 문제는 심각하다.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예방이 중요한 것이 아동 대상 범죄다. 한국의 한 수사관은 "처벌을 아무리 강화해도 성범죄를 저지르는 '짐승'들을 막을 수 없다"며 사전방지를 강조했다.



미국은 아동 성추행범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동시에 예방 차원의 철저한 법적 장치도 마련해 놓고 있다. 특히 이들 법안은 유괴나 성추행 피해자 이름을 붙여 경각심을 높인다.

1996년 주차장 공터에서 놀다가 유괴돼 살해당한 앰버 해거맨 사건을 계기로 유괴사건이 발생하면 프리웨이 전광판이나 지역 방송 등에서 '앰버 얼러트(Amber Alert)'를 발동한다. 아동이 유괴됐을 경우 용의자의 도주차량 번호 등을 알려 체포를 공조하는 방식이다. 2000년 연방하원에서 법제화돼 2003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1994년에 7세 소녀 메건 칸카가 납치돼 옆집 남자에게 성추행 후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성범죄 전력자의 이름과 사진 주소 사건일지 등을 공개하는 '메건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웃의 성범죄자 동태를 주민들에 알려 사전에 피해를 막으려는 조치다.

또한 2005년 플로리다주에서 9세 소년 제시카 런스포드가 성범죄자에 의해 숨진 사건은 12세 이하 어린이를 성폭행한 범죄자에게는 최소 2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제시카법' 제정의 계기가 됐다. 플로리다주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이후 42개 주로 확산돼 아동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이외에 재범의 경우 의무적으로 종신형을 선고하고 공소시효를 없애는 '엘리자베스 스마트법'과 각 주정부들이 성범죄자의 정보를 공유해 타주로 도주한 범인 체포에 협력하는 '애덤 월시법'까지 제정했다.

이 같이 강력한 법규 덕분에 최근에는 1957년 7세 여아를 유괴.살인한 용의자를 체포해 반세기 만에 법정에 세웠다. 이름을 바꾸고 타주로 55년간 도망다녔던 용의자는 경찰의 공조수사와 끈질긴 추적을 피하지 못했다.

12월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은 슬로건은 다르지만 너도나도 '국민의 행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이 자신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만 의미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 보장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에서도 성범죄자의 집에 소등을 강제하는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어린이의 안전과 행복은 성범죄자들의 추악한 인권에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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