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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이 가을에 -유자효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무수히 흔들리는 손길들
떠남으로써 얻는
이 풍요한 결실의 의미

살을 비비며
살을 비비며
살아있다는 것을
휘파람처럼 속삭여주는


저온(低溫)의 축복

우리가 진정 행복하다는 것은
조금은 쓸쓸한 것임을
조금은 그리운 것임을
그러나
다치지 않고
그러나
상하지 않아야 하는 것임을
노을빛이 태어나는 고장에서
홀연히 다가와
이명처럼 일깨워주고 떠나는
이 가을에 우리는


입추가 지난지도 벌써 한 달, 가을은 흔들리면서 오나 보다. 모두가 흔들린다. 잎도 과육도 흔들리고, 우리들의 마음도 손 흔든다. 이제 또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가을, 무엇인가를 바람이 부른다. 살을 비비며 손을 흔들며 모두들 저마다 살아있다는 숨소리, 축복 아닌가. 더러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그리운. 그 쓸쓸함 속에서 그리울 수 있을, 그때 우리는 몰랐어도 행복이었으리라. 행복은 그렇게 아주 작게, 모르게 오는 것. 과육 속 씨알처럼 모르게 숨어 있는 것. 그러나 그 쓸쓸과 그리움으로 상하지도 다치지도 말라고 이르는 저 노을의 말. 그런데 노을은 왜 우리들의 어딘가를 슬프게 하는가요. 이제 다시 또 곧 떠나갈 저 가을의 등 뒤에서 당신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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