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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자살률 1위, 힐링시대의 역설

[LA중앙일보] 발행 2012/09/13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9/12 18:17

이종호/논설위원

구호로는 소용없다 함께 아파해 주는 것 만큼 확실한 힐링법은 없다
인생은 고(苦)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모든 것이 고통이다. 그래서 인생은 존재 자체가 괴로움이다. 불교의 인생관이다.

일견 그렇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의 연속이니까. 나면서부터 경쟁에 시달리고 목표에 쫓기며 관계에 짓눌려야 하니까.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는 이러한 분투의 부산물이다. 요즘 문제되고 있는 학교 폭력 성폭행 자살이나 이혼 살인 묻지마 총격의 이면에도 모두 이런 스트레스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한국의 화두는 단연 힐링(healing)이다. 힐링 캠프 힐링 카페 힐링 푸드 힐링 패션 힐링 여행 힐링 서적…. 업종 불문 주제 불문이다. 힐링이 들어가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힐링 대세라니까 대선 주자들까지 다투어 '힐링 코리아'를 외친다.

힐링이란 지치고 상처받은 심신을 위로하고 치유한다는 뜻이다. 불안.공포.분노.열등감.우울감 등 마음 속 부정적인 정서들을 다스려 극복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러나 문제는 범람하는 힐링 처방들이 잠시 위안은 될지언정 마음의 병을 완전히 치유해 주지는 못한다는데 있다.

신앙에 의지한다?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건강한 믿음 생활을 통해 내면의 평안을 도모하는 것만큼 확실한 힐링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 쪽이 내키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 잘 실천하지 못해서 그렇지 그 방법 또한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이를테면 오욕칠정(五慾七情)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불교를 모르고 유교를 몰라도 들어는 봤을 것이다.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등 5개 감각 기관으로부터 비롯되는 원초적 욕망이 오욕이다. 달리 말하면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코로 냄새 맡는 것 혀로 맛보는 것 몸으로 접촉하는 것 등으로부터 야기되는 본능적 욕망이다. 요즘은 재물욕.성욕.식욕.명예욕.수면욕 등을 오욕이라 하기도 한다.

불교에선 말한다. 이들 욕망을 초월해야 해탈 열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그래서 불교도들은 수행하고 참선하고 경을 읽는다. 유교에서도 가르친다. 오욕을 제대로 다스릴 수만 있다면 누구나 성인 군자가 될 수 있다고.

칠정(七情)도 마찬가지다. 희(喜).노(怒).애(哀).락(樂).애(愛).오(惡).욕(欲) 우리 마음을 흩트리는 일곱 가지 감정을 말한다.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심내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에서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그 무슨 힐링이 필요할까.

하지만 범부필부(凡夫匹婦)인 우리에겐 요원한 일이다. 오히려 온갖 힐링법이 난무하지만 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사람은 늘어만 간다.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 발표된 통계도 그것을 말해 준다.

최근 5년간 LA카운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인은 146명으로 아시안 중 가장 많았다. 한국의 자살률도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특히 노인자살률은 미국.일본의 4~5배에 이른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잊는다. 그렇게 많은 우리의 교회 성당 사찰은 다 무엇을 했을까. '그들'이 힐링받을 곳은 정말 아무 데도 없었을까.

구호로는 소용없다. 묵묵히 들어주고 함께 아파해 주는 것만큼 확실한 힐링법은 없다. 자신의 고민이나 고통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 그것이 누군가에겐 세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진정한 힐링은 그 절망을 희망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힐링받았다면 이번엔 내가 누군가를 위한 '힐링자'가 되어 주는 것 모든 힐링은 그럴 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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