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자의 눈] 성범죄 예방과 '우문현답'

김정균/OC총국 취재팀 기자

9일 오후 4시. 애너하임의 시티내셔널그로브에서는 법륜스님과 연예인 김제동씨의 '2012년 희망세상 만들기 청춘&희망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1000여 명의 청중들은 제한 없는 질문에 스님이 즉답하는 '즉문즉설'로 깨달음을 얻고 또 김제동의 재치있는 입담에 즐거워했다. 장내 열기는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콘서트가 끝날 무렵 즈음 한 학생이 김제동에게 물었다. "한국의 성범죄가 정말 심각하다. 경찰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차라리 성매매를 합법화시켜 잠재적 성범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면 성범죄도 줄지 않겠는가."

장내는 잠시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청중들은 "얘가 미쳤나?"하는 표정이었다. 질문을 들은 법륜스님과 김제동씨 역시 잠시 할 말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김제동이 말문을 열었다.

"성범죄를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인간을 돈으로 사고 파는 거래의 대상으로 여길 때 인간의 가치는 돈 보다 못한 것으로 떨어지게 된다. 나라에서 철저히 성범죄 방지에 노력하고 성범죄자를 엄벌에 처할 필요는 반드시 있다."



다행이 우문현답으로 상황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학생이 먼 미국 땅에서조차 고국의 성범죄 문제를 고심하고 있었다는 데 마음이 아팠다. 이 학생 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에 연일 올라오고 있는 성범죄 관련 기사는 미주 한인들을 힘 빠지게 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이 그러했고 '가출 청소년과 성 관계를 맺은 회사원 24명 입건' '7년 동안 조카를 성폭행한 큰 아버지' 등 민망한 제목의 성범죄 뉴스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9년 미 국무부로부터 '성범죄 국가'로 낙인 찍힌 바 있다. 미국은 또 전세계 인신매매 실태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인신매매의 주 근거지'로 구분했었고 한국 사회에 '강간 범죄'가 만연해 있다며 그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통계를 봐도 한국이 얼마나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한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내에서 요즘 여성 1000명당 17.9명이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1994년 이후 아동을 대상으로 한 흉악사건의 증가로 범인에 대한 형량도 꾸준히 높아져 왔다. 성범죄를 세 번 이상 저지를 경우 가장 짧은 형기가 25년 이상으로 가중 처벌하는 '삼진아웃법' 등이 그 예다. 김제동씨가 말한 것처럼 한국도 성범죄 근절을 위해 성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해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

KIIS FM 라디오는 인기곡들만을 선정해 들려주는 대표적인 방송이다. 거기서 들려오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인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낯 뜨거운 성범죄 뉴스는 그런 우리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한인들의 기운을 빼는 고국의 성범죄 뉴스가 더 이상 이곳 미주 한인사회까지 들려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