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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대선주자의 '역지상지'

[LA중앙일보] 발행 2012/09/18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9/17 20:37

김석하/특집팀 에디터

대선주자는 유권자에게 생각을 통한 주장보다는 상상통한 이해 끌어내야
역지상지 틀린 말이다. '상'이 아닌 '사'를 써야 맞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편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는 말이다. 수많은 경구 중 톱3에 들어갈 만한 현명한 말이다. 그런데 '생각'을 '상상'으로 바꾸면 그 범위는 한층 넓고 깊어진다. 게다가 더 실제로 와닿는다.

다음 두 문장에서 상상과 생각의 미묘한 차이를 느껴보자. # 광야에서 나는 그에게 쓸데없는 걱정이나 '상상'은 떨쳐 버리라는 얘기 따위는 하지 않았다.(안정효/하얀 전쟁) # 나로서는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내들이 이제부터 그 여자 혼자 살 아파트를 맘놓고 드나들 거라는 '상상' 때문에 나는 차라리 아내를 죽여 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김승옥/서울의 달빛 0장).

문장 속의 '상상'을 '생각'으로 바꿔서 읽어보면 그 불안하고 격한 감정이 확 줄어든다. 반대로 만일 원본이 생각으로 돼 있었는 데 그걸 상상으로 고쳐 읽으면 감정은 훨씬 증폭된다. 왜 그런가. 생각은 추상적 개념을 구사하는 것으로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지만 상상은 반드시 이미지를 수반한다. 즉 그림이 그려진다.

따라서 역지사지보다는 역지상지하면 상대방의 입장을 훨씬 더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감성(상상)이 결정하고 이성(사고)은 그 결정의 이유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상살이는 아전인수(我田引水)다.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협상이다. 협상은 원하는 목적을 위하여 여럿의 생각을 공유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국가 간의 무역협상 노사 간의 임금협상 등등. 문제는 '생각'을 나누다 보니 공통분모의 범위가 작다.

언급했지만 생각은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이다. 자기 본위적이다. 그렇다 보니 '생각의 협상' 자리는 본인의 목소리를 관철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현실에서 속된 말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상의 협상' 테이블에서는 공통의 범위가 크다. 기본적으로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상상의 궁극적 이미지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용돈을 올려달라고 하면 대다수 부모는 일단 거부한다. 용돈의 개념과 쓰임새 결과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티격태격하다 결국은 힘 있는 부모가 이긴다. 그런데 아이가 5달러 오른 용돈으로 인해 자신의 미래가 바뀔 거라는 투로 상상의 이야기를 걸어온다면 상황은 다르다.

"인상된 용돈으로 먹고 싶은 것을 더 먹을 수 있고 친구에게 피자 한 조각을 사 줄도 수 있어서 키도 커지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둥 유치하지만 그림이 그려지는 상상으로 접근해 오면 부모의 쌈짓돈이 열릴 가능성은 크다. 상상이 떠오르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역지상지는 이처럼 설득력까지 강화한다.

대선을 90여 일 앞둔 상황에서 문재인과 안철수의 협상이 관심거리다. 경선 또는 담판 등 여러 형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만일 양 측에서 최종적으로 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대적이라고 여긴다면 서로 '역지상지'해야 한다. 상대의 입장을 아무리 '생각해' 봐야 마음이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상대방으로 단일화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지를 상상하면 답은 쉽게 나올 수 있다.

박근혜를 포함한 대선주자는 유권자에게 생각을 통한 설득과 주장보다는 상상을 통한 이해와 감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어떤 조직의 리더든 마찬가지다.

생각을 탈피해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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