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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빌보드 차트 추억 일깨운 싸이

원용석/사회팀 차장

고교 시절 급우들 가운데 팝음악 좋아하는 친구들이 유난히 많았다. 바로 옆에 앉았던 짝은 랩(Rap)에 푹 빠져 살았다. 입만 열면 (당시 유명 래퍼들이었던) 'MC 해머'와 '바닐라 아이스' 얘기를 신나게 꺼냈다.

기자는 초등학교 때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이후 팝은 거의 듣지 않아 생소했다. 그러다 어느날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DJ 이문세가 "요새 미국에서 이 노래 때문에 아주 난리죠"라며 MC 해머의 노래를 틀어줬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U can't touch this(넌 만질 수 없어).' 그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급우 가운데 한 열 명 정도가 광적으로 팝을 좋아했는데 우리는 쉬는 시간마다 최신 팝음악을 교실이 떠나가라 크게 틀며 감상을 하곤 했다. 또 한국 라이선스 앨범에서 삭제된 금지곡이 있다면 그것까지 듣기 위해 압구정에 있던 S 음반가게에 가서 미국판 정품 CD를 구입했다.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 어떤 뮤직 비디오든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 왔지만 당시엔 한국서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틀어주는 방송국이 없었고 시중에 판매되는 것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어렵게 용돈을 모아 화질 떨어지는 불법 녹화 비디오를 사서 보던 시절이다.



팝스타들의 공연도 유독 한국에서는 잘 열리지 않았다.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스타들의 입국을 줄줄이 막았다. 지금은 우습지만 마이클 잭슨의 '데인저러스 투어'가 어린이에게 유해하다며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공연불허를 판정 받았을 때 화가 난 나머지 친구들과 '앞으로 한국에서는 살지 말자'라며 서로 약속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열악한 문화환경은 팝스타들을 더욱 먼 존재로 느껴지게 했고 그래서 더 열광했던 것 같다. '공부 공부'만 외치던 환경에서 팝은 우리에게 일종의 탈출구였다. 그 안에는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도 있었다.

당시 우리들만의 '성경'이 있었다. 바로 '빌보드(Billboard)'지. 어느 곡이 1위를 차지했는지 매주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빌보드를 보면 차트가 다양하다. 이 가운데 '핫 100 싱글'과 '200 앨범'이 메인 차트로 꼽힌다. 한국 가수가 여기를 점령한다는 것? 20년 전 우리에게 물었다면 조소를 날렸을 것이다. 그런데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들고 핫 100에서 64위로 첫 진입했다.

사실 기자는 '강남스타일'이란 노래가 그리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간사하다. 미국까지 열광한다니까 좋아진다. 싸이가 미국에서 통하는 힘은 그의 대단한 쇼맨십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 출근하면서 KIIS(102.7) FM의 '라이언 시크레스트 쇼'에서 시크레스트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오늘 데일리 차트 4위입니다~"라고 외쳤을 때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미국 라디오에서 한국 가요가 그대로 흘러나오다니. 노래가 주는 느낌이 또 달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빌보드 차트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다시 매주 확인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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