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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유뷰브의 빛과 그늘

이은미/미드웨스트대 TESOL 교수

요즘 유튜브가 뜨겁다. 불이 난 듯 하다.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그리고 미국인이 만들어 배포했다는 영화 ‘무슬림의 무지(Innocence of Muslims)’가 화제의 주인공들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 비디오가 유튜브에서 조회수 2억을 돌파 했다는 인터넷판 뉴스를 방금 확인했다. 그 숫자가 그만큼의 인구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와 뮤직 비디오에 열광을 하는가 보다. 미국의 주요 방송사에서 한국 가수 ‘싸이’를 초대하여 방송을 한다는 것도 이제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뉴스가 되어 버린 것도 같다.

 내가 가수 싸이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고 하자, 대학생 아들이 가르쳐준다. “옛날에 ‘난 완전히 새됐어’라는 노래 부른 사람.” ‘새됐다’는 표현이 1990년대 말에 한국에서 IMF 사태로 직장인들이 실직자가 되고 고통에 시달릴때 바로 그들의 심경을 대변한 말이라서 기억이 생생하다. 그 노래를 부르던 청년이 이제 ‘아저씨’가 되어 돌아와 ‘오빤 강남 스타일!’하고 외치는 모양이다. 경제 불황으로 고통을 겪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이 노래와 율동으로 즐거움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유튜브의 또 다른 폭발적인 비디오는 ‘무슬림의 무지(Innocence of Muslims)’라는 제목의 영화이다. 정체가 아직도 불분명한 미국의 반이슬람주의자가 제작했다는 이 엉성한 영화에서 제작자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저급한’ 인물로 그려 놓았다. 이 영화가 이슬람권 사람들의 분노를 산 대목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매트를 ‘인간 쓰레기’로 묘사한 전체적인 내용뿐 아니라, 이것이 안고 있는 이슬람 문화의 몰이해에 있는 듯 하다.



 서양 기독교 문화권에서 미술관이나 예배당에 가보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제로 한 그림이나 조각물, 십자가에 달린 예수등 무수한 기독교적 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이에 반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마호매트의 초상화나 조각물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들은 신성시하는 대상을 그림이나 다른 이미지로 구체화 하지 않는다. 추상적인 상징으로 마음에 담아둘 뿐이다. 문제가 된 필름은 이런 금기를 깬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마호매트와 관련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 일단 그의 생을 연구하고, 그가 속한 문화권의 정서를 연구했어야 했다.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했어야 했다.

 지난 여름 필라델피아의 랭캐스터, 아미시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갔을 때 그곳에 대한 안내를 맡았던 이가 우리에게 당부를 한 것이 있다. “아미시들은 거울도 안보고, 사진도 안찍고, 초상화도 남기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의 얼굴에 하느님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고 해서 감히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들여다보는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함부로 사진기를 그들에게 들이대지 마십시오.

그 사람들이 사는 방법을 존중해 주십시오.” 그래서 우리는 아주 특별해 보이는 그 사람들의 뒷모습을 먼거리에서 조심스럽게 찍거나 그들의 집 풍경을 사진기에 담는 것으로 만족했다. 설마 사진기를 들이댄다고 그들이 뭐라고 야단을 치지는 않겠지만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사람들의 정서나 문화를 싸그리 무시하고 반이슬람 정서를 아주 원색적으로 드러낸 문제의 필름은 그런 면에서 악의적이다.

 세계 주요 언어 중에 인구가 가장 많은 언어는 중국 만다린어. 2위는 스페인어, 3위가 영어, 4위는 인도 힌디어, 그리고 5위가 아랍어다. 영어권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는 영어가 가장 중요한 언어처럼 보이지만, 사실 스페인어 인구가 더 많고, 아랍어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인구가 크다. 문제의 영화는 그 아랍어권과 이슬람문화에 속하는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자극했다. 그들의 장난에 성실하게 외교에 임하는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세계 평화가 흔들리고 있다.

 유튜브를 열어 싸이의 유쾌한 노래와 율동을 들여다보며 생각해 본다. 동일한 매체를 가지고 누군가는 기쁨을 선사하는데, 누군가는 불안을 조장하고, 분노를 촉발하고, 평화를 위협한다. 유쾌한 강남 스타일 ‘오빠’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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